이주헌 변호사

A는 생전에 큰 재산을 이뤘는데, 슬하에 아들 B, C, D, E 4형제가 있었다. A가 사망하자, B, C, D, E 형제는 A의 재산 중 일부는 각자의 상속분에 맞춰 상속을 했고, A가 안치된 임야는 공동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에 위 형제들은 A를 공동시조로 하는 소종중 X를 만들고, 종중 대표는 장남인 B로 하고, 위 공동임야를 B명의로 등기했다. B, C, D, E 등은 매년 A의 제사 때마다 모여서 함께 제사를 지내고, 벌초 등을 같이 했다. A가 사망하고 10여년이 지난 후 B마저 사망했는데, B에게는 아들 B1이 있었으므로 위 토지는 B1에게 상속되었다. B1은 위 토지는 자신에게 상속된 토지이므로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려고 한다. 종중 X나 C, D, E 등은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는가.

종중이란 선조에 대한 제사나 상호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 공동시조의 후손들로 형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조직으로서 권리능력이 인정되며, 부동산실명법의 예외로 명의신탁 등기가 가능하다. 후손들 중의 일부가 조직하는 종중은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 아니라 ‘종중유사단체’이며, 이는 명의신탁을 할 수 없다.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이 된 자는 자동적으로 종중원이 되며, 결의로 종중원 지위를 박탈할 수도 없다. 여성도 혼인 유무를 불문하고 성년이 되면 종중원이 된다.

본건의 경우, 종중 X는 A를 공동선조로 해 그 후손들로 이뤄진 종중이다. 그리고 종중 재산인 이건 토지를 장남인 B 명의로 등기를 해 관리해 왔으므로, 이는 부동산 실명법상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종중과 종중원 간의 명의신탁에 해당된다. 이 경우 명의자는 B이지만, 실제 소유자는 종중이 된다.

B가 사망을 하고 B1이 이건 토지를 상속했을 경우, 종중과의 명의신탁 관계도 함게 상속된다고 본다. 따라서 B1이 이건 토지에 대한 상속등기를 경료했다고 하더라도, B1은 종중에 대하여 명의수탁자의 지위를 지게 되므로, 종중에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이전등기를 청구하면 종중으로 이전해 줄 의무가 있다.

그런데, B1이 이건 토지를 종중과 상의 없이 무단으로 처분할 경우 제3자는 이건 토지를 유효하게 취득하게 된다. 이 경우 종중은 수탁자인 B1에게 해당 토지의 가액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고, 횡령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 만일 종중이 B1의 처분시도를 미리 알게 된 경우라면, 종중은 이건 토지에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B1의 무단처분을 방지하고, 본안소송을 통해서 이건 토지의 소유권을 되찾아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주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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