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 변호사

A와 B는 형제인데 형인 A는 자녀가 없고 동생인 B는 C, D, E, F의 자녀가 있다. 이에 C는 A의 양자로 가서 족보상에 양자로 등록이 됐다. B는 생전에 재산을 많이 형성했던바 후손들인 D, E, F와 그 후손들이 B를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 X를 만들어 활동해 오고 있다. 종중 재산을 처분하고 그 재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C와 C의 자녀들이 자신들도 X 종중의 종중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나머지 형제들은 양자를 갔으니 종중원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C는 X종중의 종중원으로서 지위가 인정되는가.


종래 대법원은 종중이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해 형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단체로서 그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자손에 의해 관습상 당연히 성립되는 것이고 그 성립을 위해 어떠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님을 전제로 종중이 공동선조의 제사봉행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과 구관습상의 양자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보면 타가에 출계한 자와 그 자손들은 친가의 생부를 공동선조로 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해 왔다.

그런데, 고등법원 판결 중에 위 판결의 결론과 달리 “타가에 출계한 자 및 그 후손들도 엄연히 ‘생가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인 이상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해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타가에 출계한 자와 그 자손은 친가의 생부를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에는 속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관습 내지 관습법은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더 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생부를 기준으로 종중원의 지위를 나누어야 한다는 판시가 있다.

위 사건에서 패소자가 상고했다가 상고를 취하해 대법원 판결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제사와 종중에 대한 관념의 변경 및 가족등록 제도가 완비된 현재의 관점에서 볼 때 친생부를 기준으로 해 종중원을 정하는 위 고등법원 판시가 타당하다고 보인다. 다만, 호적제도 시행 전의 가족관계에 있어서는 족보상에 양자가 되었다면 양부를 기준으로 종중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주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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