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초 정경부 국장대우

진보(進步)는 자만과 분열때문에 보수(保守)는 탐욕과 부패로 인해 망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 정국은 보수와 진보의 구별도 안 되고 여당과 야당의 분별도 애매한 상태다. 정치권의 최종 목표는 정권을 잡는 것이다. 이념도 정체성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가장 위세(威勢)를 떨치던 소위 정통보수요 정통 여당이라 일컫는 새누리 당은 분당 정도가 아니라 파당(破黨)을 넘어 멸당(滅黨)할 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태다.

각 당들은 국민들을 입버릇처럼 팔지만 정도도 없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정권 지키기나 권력 연장 생각만 머리속을 가득한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논란이 무성하지만 국회는 당리당략의 정략적 계산에만 몰두 하고 있다. 온통 정치 공학적 계산 투성이다.

차기 대권주자란 인물들은 뚜렷한 대안도 비전제시도 없이 그저 현시점을 안주삼아 성토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저 고만고만한 함량 미달의 인사들 투성이라는 비난을 차초하고 있는 셈이다. 온 나라가 어수선하고 난세(亂世)에 가까운 지경이다. 대통령은 국민들을 절망감에 빠지게 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한때 SNS에서 유행했던 “아몰랑”이란 표현이 절묘하게 어울릴 정도다. 이 단어 역시 혼돈의 시대가 낳은 슬픈 유행어다.

기업은 기업대로 비선실세에 줄을 대 사익(私益)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근로자와 국민은 뒷 전 이었다. 한 기업의 행태는 서글프다. 자사 백혈병 환자에겐 몇 년을 버티다가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5백만 원으로 틀어막았다. 반면 국정농단 주범 여식에겐 아무렇지도 않게 수십, 수백억을 쏟아 부었다. 기업의 도덕적 현주소는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다. 성장만을 강조했던 구세대의 정책은 고른 분배의 원칙을 무시한 채 소수 독식의 독소로 남았다.

전대미문의 세계최고 국정농단, 세계최고 자살률, 세계최고 사교육비, 세계최고 주거비, 세계최고수준 소득 불평등, 세계최저 출산율, 세계최저 수준 행복지수, OECD최고수준 부패율 등이 보여주는 통계 수치들을 접하는 심정은 처참하다. 법과 제도가 무너지면 큰 위기를 맞겠지만 온전하고 건강한 상식까지도 불통이 되면 최후의 단계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현재 정권은 백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추위 속에서 촛불을 들어도 주말휴일의 불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혼돈스럽다.

대한민국은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이뤄져 왔던 전(錢)의 전쟁이 빚은 엄청난 후폭풍 속에 빠져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종착점은 역시 '돈'이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서민들의 극단적인 좌절감의 표현으로 꼽힌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철학이 실종된 상태에서 정계와 재계가 물질만능주의를 신봉한 탓이다.

정유라의 오만한 일갈은 두고 두고 흑역사로 각인될 듯 싶다.“돈도 실력이다”라는 사고방식이 용납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말이기도 하다. 참으로 나라가 위태롭다. 슬기로운 해결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한밤처럼 깜깜한 현재를 지켜보는 마음은 두렵고 또 두렵다. <김동초 정경부 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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