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있을 경우 헌법 제84조의 ‘불소추특권’으로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소추할 수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헌법은 소추할 수 없다고만 되어 있어 소추를 제외한 그 전단계의 절차인 수사가 가능한지, 그 수사에 강제수사(체포, 구속, 압수수색 등)가 포함되는지가 문제된다.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은 대통령직의 원활한 수행과 (대통령 개인이 아닌)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규정이 없고, 프랑스만 이를 인정한다. 내각제인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 이러한 특권규정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먼저 불소추특권의 내용부터 간단히 보기로 한다.

■ 보신에만 급급…대한민국을 수렁에

첫째,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제외한 대통령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소추를 할 수 없다. 형사소추란 본래 공소의 제기를 의미하나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의 의의를 감안할 때 소추는 ‘체포·구속·압수·수색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수사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공범관계에 있는 자들의 형사처벌 유무에 연관되어 있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둘째, 재직 중에 한해 형사소추가 면제되므로 퇴직 후에는 형사소추가 가능하다. 재직 중 형사소추를 할 수 없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진행이 정지된다. 셋째, 불소추특권은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므로, 탄핵이나 민사·행정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다. 내란이나 외환의 경우 특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현직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만일 책임을 묻지 못했다면 임기만료로 공소시효가 완성될 수 있어 대통령의 국헌문란행위(내란, 외환)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경우, 내란이나 외환의 죄의 공소시효가 진행돼 재직 후 기소가 불가능하게 되자, 김영삼 정부는 1979년 12월 12일 및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파괴범에 대하여는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을 제정했고, 헌법재판소는 사후적 소급입법인 ‘5·18특별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집권과정에서 헌정질서파괴범죄를 범한 자들을 응징해 정의를 회복해 왜곡된 우리 헌정사의 흐름을 바로 잡아야 하며, 우리 헌정사에 다시는 그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반복 되지 않도록 헌정사적 이정표를 마련하는 것이 국민의 줄기찬 요구이자 여망이며, 작금의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 頂上의 대통령, 더이상 正常 아니다

검찰발표에 의하면 대통령은 비선실세의 범죄에 공동정범으로 지목됐다. 대국민담화에서조차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신분이 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는 대통령의 수치를 넘어 나라전체에 큰 불행이다. 굴욕의 IMF를 눈물과 희생으로 극복하고 다시 쌓아온 국제사회의 신뢰를 단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범죄혐의를 99% 확인했다는 검찰수사결과에 대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하면서, 검찰의 수사결과를 깡그리 부정한다. 헌법상 법률상 책임유무를 명확히 가리자고 한다. 솔직한 사과로도 부족한데, 청와대 홈페이지의 “오보괴담 바로잡기”코너로 성난 민심을 달래려 한다. ‘최선생님께 컨펌’ 받을 수 없으니 우왕좌왕할 수밖에.

박대통령의 핵심 아이콘은 애국이요, 비정상의 정상화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그 아이콘이 말뿐임을 의심케 한다. 대한민국을 비정상의 수렁에 빠뜨렸는데, 국가 대신 자신만 바라보면서 보신에만 급급한 모습이, 너무 실망스럽다. 頂上의 대통령은 더 이상 正常이 아니다.

한 번 떠난 민심은 여간해선 돌아오기 힘들다. 불과 며칠 전 국민을 향해 용서를 비는 짧은 담화 내용에도 거짓이 포함돼 있다면 영영 돌아올 수 없다. 박대통령이 방문한 시장의 상인들은 자랑스럽게 걸어두었던 대통령의 사진을 떼어 내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붙여 놓을 가치가 없다고 하면서. 4% 지지란 100명 중 96명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지지자가 없다는 말이다.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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