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존경받는 권위’는 어디에서 나올까. 신뢰다. 공자가 “군자는 신의를 얻은 후 백성에게 수고를 끼쳐야 한다. 믿음을 얻지 못하고 수고롭게 하면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 된다(君子信而後勞其民 未信則以爲厲己也)”고 경책한 바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 조직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구성원들이 믿지 않으면 그 조직은 희망이 없다. 작은 단체라도 지도자가 불신을 주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며 시늉만 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을 터이다. 온 국민이 그를 주시하고 있으니 일거수일투족 등 언행이 돈독한 신뢰를 줘야 하는 것이다. “군자에게는 큰 도가 있으니 반드시 충과 신으로써 얻고, 교만과 방자함으로써 잃는다(君子有大道 必忠信以得之 驕泰以失之)”고 대학이 가르친 바는 오늘에도 울림이 크다. 그럼 충과 신은 무엇인가. 충은 자신의 정성을 다하는 것이요, 신은 세상이치에 어긋나지 않음을 뜻한다. 곧 국민만을 위하는 자세로 민심에 귀 기울여 정책을 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맹자에 이르길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국가의 사직이 그다음이며, 군주가 맨 나중으로서 가장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한 것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도자는 본인에 대한 반듯한 몸가짐도 중요하지만 자신 주변의 참모 등에 대해 상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강과 질서, 법치 확립이 가능하다. 한비자가 지혜로운 군주에 관해 “명분에 합당하고 사실이 일치하면 은혜를 베풀고, 사리에 어긋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벌을 내려야 한다(當名合實惠慈恩 逆事違言該命卒)”고 강조한 바를 새겨야 할 것이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 농단’의 광풍이 대한민국을 온통 집어삼킬 기세다. 232만여 개의 촛불이 보여주듯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과 절망은 하늘을 찌른다. 일개 민간인 측근이 제멋대로 국정을 농단하고, 대통령이 주범 격 공범으로 규정된 현실이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국가 운영 시스템이 이토록 허술하고 취약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비선실세가 나쁜 것은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충언자들을 몰아내기 때문이다. 물론 박 대통령 자신이 ‘몸통’으로 지목될 정도로 공사 구분을 못한 데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

전국시대 법가 한비자는 ‘측근이 간사한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상의 정치(禁心上治)’라며 “나라를 다스리는 데 상과 벌이 아닌, 나쁜 마음을 지니지 않고 악행을 안 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治國安家非賞罰 操心禁事 于先發)”고 힘주어 말한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씨가 국가 기강을 흔든 괴물이 된 데는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영혼 없는 공직자들 책임도 작지 않다. ‘실세’라면 알아서 기는 일부 공직자들 처신이 100만 공직자의 자존감과 기강을 무너뜨렸다. 공복의 본분을 망각하고 사익을 좇은 결과가 이토록 심각하다.

사상 초유의 국기 문란 사태로 멍든 국정을 쇄신하고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늦어도 4월까지 퇴진하고, 정부여당의 책임자급들도 물러나야 한다. 야당과 협의해 중립거국내각을 출범시키는데 사심 없이 협조하는 게 도리이다.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 시키는 기회로 삼자. <유나연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