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 변호사

18세 미성년자가 카드발급해 사용
부모 묵시적 동의로 봐 취소 못해

어린이가 몰래 사용땐 카드사 책임


만 18세 6개월인 A는 아르바이트로 월 60만원 수입을 얻고 있다. A는 최근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음식점, 화장품가게, 편의점 등에서 220만원을 사용하였고, 14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받는 등 총 360만원을 사용하였다. 다음 달, 신용카드사에서 360만원의 카드대금 납부고지서가 왔는데, A는 120만원밖에 변제하지 못했다. A는 자신이 미성년자이므로 위 신용카드 가입계약이나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의 사용계약을 모두 취소한다고 주장한다. A의 주장은 타당한가.

우리 민법상 만 19세가 돼야 성년이 된다. 미성년자는 계약 등 법률행위를 할 때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렇지 않는 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

신용카드 이용계약도 법률행위이고, 신용카드를 사용해 음식물이나 물품을 구매하는 행위도 법률행위이다. 따라서 미성년자가 이러한 행위를 유효하게 하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동의 없이 행한 신용카드 이용계약 및 가맹점에서의 물품 구매계약은 모두 취소의 대상이 된다.

만일 A가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서 부모의 동의를 얻었더라면 유효한 법률행위가 될 것이고, 당연히 그러한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하는 행위 역시 동의가 의제돼 유효한 법률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취소할 수 없다. 그런데, 이건의 경우에는 카드 발행시에 어찌된 이유인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못했고, 그래서 판례가 만들어졌다.

대법원은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는 언제나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으로도 가능한 것이며, 미성년자의 행위가 위와 같이 법정대리인의 묵시적 동의가 인정되거나 처분허락이 있는 재산의 처분 등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미성년자로서는 더 이상 행위무능력을 이유로 그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즉, A가 성년에 근접한 나이였고, 월 60만원의 가처분 소득이 있었으며, 신용카드로 구매한 물품들이 생필품으로 A에게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볼 때에 A의 신용카드 발행 및 사용행위에 대해 법정대리인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해 취소권을 부정했다.

결국 A는 사용한 카드대금 360만원 중 납부한 12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40만원을 추가로 카드사에 납부해야 한다.

사안을 달리해, 미성년자인 자녀가 부모의 카드를 몰래 들고나가 사용한 경우, 그 사용에 대해 부모가 변제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맹점주는 당해 카드의 사용자가 실제 카드의 명의인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바, 미성년자가 분명해 보이는 어린이가 카드를 사용함에도 본인확인을 하지 않고 카드를 받았다면 부모는 위 카드사용을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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