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국회의원 싸움조차도 즐길 권리가 있는 것, `내가 이야기를 해야 되겠네`라는 주체의식을 가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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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투데이 곽정일 기자]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다가도 불의를 보면 상대가 누구든 강력하게 맞서는 것으로 회자되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한민국 사회 전반적으로 불신이 판을 치고 가슴에 천불이 나는 이 시국에 거침없는 발언과 똑 부러지는 논리로 국민의 답답한 가슴을 속 시원하게 뚫어 주는 그를 만났다.

평소 국회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부인사들을 호통치고 완벽한 논리로 몰아붙이는 이재정 의원을 만나러 가기 전 `질문 잘못하면 어떻게 하나`, `혹시 앞뒤가 맞지 않는 질문을 한다고 기자를 몰아붙이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가득 메웠지만, 사무실에 들어서자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이하는 이 의원은 `대학생시민정치캠프 청춘 ALL-RIGHT!`이라고 써진 연분홍색 후드티를 입은 채 "방금 제가 행사를 다녀와서 죄송해요"라며 사람 좋은 털털한 웃음으로 반겼다.

다음은 이재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탄핵 소추안의 국회 가결 과정에서 야권 분열의 목소리가 있었다. 국민의당 측에서는 2일 날 표결에 부쳤다면 부결됐을 거라고 한다. 당시 지도부에서 2일 표결 시 가결이라는 기류가 있어 강행했던 것인가

- 당시에 확신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도 의원들끼리 `과연 2일 날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다면 가결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견들을 교환하곤 한다. 개인적 의견이기도 하고 다른 동료 의원들도 동감하는 바는 결국 탄핵에 이르게 된 새누리당 비박계(비박근혜) 의원들의 결심은 어떻게 보면 야당의 설득이 아닌 국민적 설득, 즉 촛불이 커진 이후에는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 그런데 2일과 9일 사이에 주말이 껴있어서 주말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탄핵의 여부가 결정되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 그 주말에 230만의 촛불을 든 국민이 모였지만 그전에도 사상 최대를 매번 갱신했다. 그 기세를 떠나 비박계 의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도 이 사태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당리당략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내놓은 `탄핵 소추안`에 대한 답변서가 화제다. 특히 연좌제, 키친 캐비닛 등으로 자신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법률가 이재정, 변호사 이재정으로서 평가는 어떤가

- 법률가들이 쓴 서면을 보면서 `아, 이건 좀 더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설득력이 조금 부족하네` 이런 정도의 평가를 해봤다. 그러나 이렇게 부적절한 용어를 쓴 답변서는 변호사생활 하면서 처음 봤다.(이재정 의원은 2003년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올해 4월 13일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키친 캐비닛도 그 의미와 다르게 활용하고 있고 특히 연좌제, 연좌제 개념은 통상 우리 헌법과 법률이 이야기하는 개념과 다르다. 우리는 누군가 어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을 때 그 가족 등 특수관계 있는 사람에게까지 잘못의 책임을 묻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가 안 됐다 뿐이지 타 피고인에 대한 기소(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가 박 대통령의 유죄혐의를 입증하는 기소 아닌가. 이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헌법의 경우 국사를 수행함에 있어 대통령이 사인(私人)을 개입시킨 것 자체가 헌법위반이다. 그것 가지고 연좌제란 논리를 쓴다는 것은 법률가로서 봤을 때 박 대통령 담당 변호사들의 부족이라고 본다.

= 어쩔 수 없이 대선 말을 안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인적 자산이 풍부한 당이니까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후보에 대한 검증이나 평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지

-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후보에 대해서 무작정 반기는 그런 세상은 아니다. 검증 부족도, 자질부족으로 판단될 수 있다. 민주당은 자산이 풍부하다 하는데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 경선을 치르고 한 후보를 선택받게 내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절차다. 이건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황스러운 건 매한가지일 것이다. 야당의 경우 국민의당은 결과적으로 안철수 후보가 있었던 당 아닌가. 그가 나가서 만든 당이다 보니 2012년 단일화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정책에 관한 이야기, 후보에 관한 이야기 조차도 제대로 할 기회가 없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유추해서 생각해보면 야권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단일화 여부를 떠나서 좋은 인재가 많다는 것도 결코 행복할 수만은 없는 고민이다.

=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황교안 권한대행 및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설전을 놓고 여론에선 `사이다` `팩트폭행` 등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가져주는 게 감사하기도 하지만 낯설고 두렵다. 물론 원내대변인직 말고도 당에서 누구보다 많은 역할을 주셔서 기회를 많이 부여받았지만, 국민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받게 되는 것은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내 모습을 보면서 좋아해 주는 분이 있다면 실망하시는 분도 있을 것. 그게 사람의 일면이라고 생각한다. 입체적으로 이재정이란 정치인의 적지 않은 고민을 국민께 다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있다.

= 인권 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국민건강보험법(수사기관 제공 시 당사자 통지 의무화) 개정안 및 우편법(집배원 안전) 개정안 발의가 그렇다. 소방관의 미지급된 초과근무수당도 마찬가지다. 계기가 무엇인가

- 변호사 활동을 할 때 실제 공익을 위해서 무료 변론을 했던 사건 대부분이 표현의 자유, 전기 통신의 자유 등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사안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는데 법률의 미비로 아무리 소송을 해도 개선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런 갈증들을 입법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들어온 초년차 국회의원으로서 관심사항이 주로 인권 쪽일 수밖에 없었다.

=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팽배하다. 정치권에 등을 돌린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픈 말이 있는지

- 최근 청년들을 상대로 강연장을 부쩍 많이 가는데 갈 때마다 청년들은 본인의 선거권에도 관심이 많고 `청소년의 생각은 설익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치적 관심을 교육 안에서 녹여내야 하고 궁극적으로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제도나 논리만 가르치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제도나 논리만 배운 채 19살이나 20살에 사회로 나와서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내가 (학교)에서 배운 이상적 정치는 이건데 현실정치는 뭐 이러나….`라는 것이다. 우리 정치는 청년들에게 어찌 보면 비관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정치경제 시간에 배운 것들은 이상적인 정치제도를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추상적 이야기들이다. 그러다가 현실정치에 와보면 찍을 사람도 없고... 이렇게 하면 선거날 놀러 가지 누가 선거를 하나. 우리나라는 투표를 포기하게 하는 민주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 차선과 차악을 비관이 아닌 희망이 되는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정치라는 것은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내가 이야기를 해야 되겠네`라는 주체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민주주의의 교육, 정치교육이 현실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대학생시민정치캠프 청춘 ALL-RIGHT!` 행사에서 청년들에게 `정치인은 다 그래, 여의도 판은 원래 그래`라는 시선으로 국회를 고립시키면 우리의 문제를 그 사람들끼리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저는 이와 같은 시각은 정치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외시키는 논리들이 팽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속지 말자. `국회가 이제 싸우지 않고 국민에게 희망 주는 정치를 하자`이런 말들은 공허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어떻게 안 싸우나,

국회가 아름다워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싸움조차도 국민은 즐길 권리가 있는 것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고 갈등구조가 필연적인데 국회가 하하 호호 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국회는 필연적으로 정당 간에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상적이다. 싸운다고 해서 `둘 다 보기 싫어`라고 하지 말고 왜 저들이 싸우는지 들여다보고 `그렇게 싸울 필요가 없겠네` `이건 저쪽이 잘못했네`와 같이 국민이 구체적으로 정치권에 주문하고 구경하면서 훈수를 두는 국민이 됐으면 좋겠다. 저는 국민이 혐오하는 방식이 아닌 차이를 드러내서 국민이 `누구 말이 내 입장과 맞나`라는 판단을 할 수 있게 잘 싸우는 국회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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