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초 정경부 국장대우

[일간투데이 김동초 기자] 평소에 괜찮다고 느꼈던 인물들도 정치판에만 들어서면 묘하게 변한다. 아니 인성이 망가진다고 보여진다. 옛날 김동길 교수가 그랬고 정주영이란 시대가 낳은 건설역군도 그랬다. 그리고 스펙차이는 있지만 많은 인물들이 정치란 이름 속으로 빠져 들어가면 본질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역시 정치란 혹자의 말처럼 “타협의 마술”이기에 진실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운가 보다. 어차피 마술의 본질은 속임수이니까. 아무튼 인간 앞에 정치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정말 이상해지는 것 같다. 평소에 정상적이었던 인물도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한다. 

최소한의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평가가 될 만한 뻔한 사안들을 정치입문자나 후보자란 인물들은 최소한의 철학마저 부재인 상태서 끝도 없이 메이크업을 하며 앵무새처럼 되뇐다. 그들의 공약(公約) 대부분은 공약(空約)이 돼버리지만 애초의 공약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아마 십 수 년 전에 이미 파라다이스가 돼있을 것이다. 대(大)선(選)이란 스케일이 짱짱한 큰 판에서도 목숨같이 소중한 국민과의 약속을 나라님이 솔선해서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현실인데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소(小)선(選)판에선 당선 후 인간들은 약속의 중요성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 위선 떨지말고 차라리 개그를

세상을 살다보면 산도 넘고 강도 건넌다. 어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하기 좋은 일만 있겠는가? 정말 약속이나 도리대로라면 꼭 해야 할 일도 하기 싫어 미칠 때도 있고 울고 싶고 화를 내고 싶어 환장하겠지만 대중들 앞에서 웃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미 정치에서 적당한 위선은 필수 덕목(?)이 돼버렸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낙천적인 신뢰의 바탕에서 웃고 사는 게 몸과 마음에 좋다는 설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수없이 증명이 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중기 때 신뢰의 대명사이며 유명한 낙천가로 알려진 백사 이항복이 있다. 요즘말로 유머가 뛰어난 다시 말해 ‘개그끼’가 다분했고 톱스타 송강호처럼 ‘애드립’에 능했다고 전해진다. 이항복은 임진왜란 당시 속물스럽고 잉여 인간 같은 선조를 의주까지 피난시키는 등의 공으로 병조판서부터 후일 최고 벼슬인 영의정까지 지냈다. 다만 말년 유배지 북청에서 생을 마감하지만 대부분은 권력의 핵심에서 일생을 보낸 인물이며 유머스런 성격으로 살인적인 당쟁 속에서도 비교적 정치인생 40여 년 동안 두루 인간관계가 좋았다고 한다. 

소를 즐겨 탔다고 알려진 황희 정승도 대단한 낙천가이며 상업적 기질과 중재에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어머니와 마누라사이의 갈등도 기가 막히게 해결하는 재주가 있다고 회자되기도 한다. 아마 살짝 사기꾼 기질도 있었지 않나 싶다. 중국에는 당송8대가인 소동파가 대표적인 낙천가로 알려졌고, 그밖에도 유럽의 세기적 바람둥이 카사노바나 안경알을 깎으며 연명하다 폐병으로 단명했지만 암스테르담에서 거의 일생을 보내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겼던 스피노자 등이 낙천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그들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낙천가들이었다. 특히 낙천가들의 특징 중 하나는 뇌가 언어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절묘한 사실을 본능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여유로움과 해학으로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좋은 인간관계가 가장 뛰어난 정치이기 때문이다. 신뢰를 지키지 못할 정치인들이라면 그냥 낙천적인 개그를 해서라도 시민들에게 절망감 대신 웃음을 선사해주는 건 어떨까. 달콤하고 위선적인 거짓보다는 차라리 슬랩스틱 코미디를 섞은 어설픈 개그가 훨씬 낫다는 얘기다. 

■ 말과 행동이 맞아야 진정한 정치인

집안의 살림도 수인(收入)과 지출(支出)이 맞아야 안정되고 인생의 삶도 수입(行動)과 지출(言)이 맞아야 풍요롭다. 더하기만이 풍요의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형이상학(形而上學)이든 하학(下學)이든 신뢰의 베이스 위에 수입과 지출을 맞출 줄 아는 이는 정치인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정치꾼이 된다. 정치꾼들은 정치공학적 해바라기식 속성을 숙명적으로 탈피할 수 없는 영원한 마이너리티즘을 갖고 있는 속물들이다. 과연 전국의 정치판과 선거판에는 몇 명의 정치인과 몇 명의 정치꾼들이 존재할까? 처절하게 궁금하다. <김동초 정경부 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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