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제 위치와 실력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과 대적하면 자신만 고달파지고, 비웃음만 사게 된다. 허세는 자신을 망치는 길이다. 이른바 ‘당랑거철(螳螂拒轍)’이다. 자기보다 월등하게 큰 존재에 대해 겁 없이 자신의 팔뚝을 휘두르며 맞서는 사마귀의 무모함은 여러 교훈을 준다.

중국 춘추시대에 제나라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사냥을 나갔을 때이다. 갑자기 사마귀 한 마리가 두 팔을 올리고 장공이 탄 수레를 막아섰다. “저것은 무슨 벌레냐?” 호위무사가 대답했다. “사마귀입니다. 저놈은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서는 법을 모릅니다. 제 분수도 모르고 함부로 천적(天敵)에게 달려들어 곧잘 잡아먹히는 무모한 놈입니다.”

장공은 한갓 벌레이지만 용기가 가상하다며 피해 가라고 명했다. 사마귀는 목숨을 부지했으나, 장공도 사람이 사마귀와 같은 허세를 부렸다면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자’ 인간세편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당신은 사마귀를 알 테죠. 그는 자기 팔을 휘둘러 수레바퀴에 맞섭니다. 제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음을 모르기 때문입니다.…당신 자신이 잘난 체해 상대방에게 거역하면 위험하게 됩니다.(汝不知夫螳螂乎 怒其臂以當車轍 不知其不勝任也… 績伐而美者以犯之 幾矣)”

전범국인 일본은 침략전쟁에 대해 반성과 배상을 하고 영원히 같은 범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는 게 도리다. 전쟁범죄인 위안부에 대해서도 마땅히 사죄·배상하고, 역사적 교훈을 삼는 소년상을 설치하는 데에도 일본은 오히려 ‘협력’헤야 한다. 독일의 끝없는 전쟁범죄 사죄 및 배상, 기념물 건립 등과 대비를 이룬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후안무치다. 아베 총리는 8일 NHK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은 6일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자국 주한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일시귀국 조치했다. 한·일 통화스와프협정과 한·일 고위급 경제협력회의도 협상을 중단·연기한 상태다.

말은 상대가 있기에 논리적이어야 한다. 말이 논리를 갖추기 위해선 표현이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아베 총리가 그동안 발표한 언어들은 일본 역사인식의 퇴행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식민지배와 침략을 일본의 책임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반성과 사죄를 마지못해 과거형으로 에둘러 표현했던 것이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제국 등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위로는커녕 상처를 덧나게 한 꼴이다.

‘순자’는 “좋은 사람이 해주는 말은 따뜻하기가 의복보다 더하지만, 상대를 해치는 말은 그 아픔이 창으로 찌르는 것보다 더하다(與善人言 煖於布帛 傷人之言 深於矛戟)”고 했다. 일본지도층이 부끄러운 과거사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면 진정성 있는 사죄와 행동을 해야 한다. 물론 사죄의 말은 알아듣기 쉽게 간결하고 분명하게 표현, 피해자들의 응어리가 조금은 녹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칼에 찔린 상처는 쉬이 나을 수 있으나 악한 말의 여파는 소멸되기 어렵다(刀瘡易可 惡語難消)”고 ‘명심보감’은 가르치고 있잖은가. 수레에 맞서는 사마귀 같은 아베의 무모함과 세계조류 인식 결여가 측은하다. <유나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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