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오늘쯤 결정된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사태를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5일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사안이 복잡하다며 재계 우려 등 모든 사정을 충분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를 두고 특검의 고민이 깊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검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수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입증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려면 돈을 줬다는 삼성의 뇌물죄가 먼저 입증이 돼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입증이 안 되면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입증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만약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에서 이를 기각한다면 대통령 수사 시작 전부터 힘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삼성의 입장은 분명하다. 삼성은 일단 최순실씨 일가에 자금을 지원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정권의 압박에 못 이겨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특검 조사에서 진술했다. 강요죄의 피해자지 뇌물죄의 뇌물공여자는 아니라는 얘기이다. 또 특검이 얘기하는 대가성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승계 구도와는 상관없고 정권 차원의 지원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의 시각은 다르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있었던 2015년 7월 25일 이후 최순실씨 모녀에게 지원된 78억원을 뇌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검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로부터 입수한 최씨 소유의 태블릿PC를 공개하면서 삼성 측 주장이 흔들리고 있다. 태블릿PC에는 삼성이 최씨와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약 78억원의 지원 경로와 용처가 소상히 담겨 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정을 보면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불 보듯 훤하게 예상된다. 특검 입장에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할 뿐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부회장과 임원들이 잇따라 구속될 경우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의 수뇌부 공백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삼성이 국가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신분이 분명하고 도주 우려가 없는 피의자는 불구속 수사하는 원칙도 세워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형이 확정되면 그때 구속을 집행해도 늦지 않다. 국정농단의 ‘주범격 공범’으로 이미 규정된 박 대통령에 대한 단죄 여부는 그대로 수사하고, 사법처리하면 된다고 본다. 인신구속은 되도록 피하는 게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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