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증권사 8곳 영업이익 및 순이익 축소 전망
주식 거래대금 감소로 리테일 수익 타격…1분기도 '캄캄'

▲ 자료=각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2016년도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증권사들이 내부 결산 시점에 맞춰 이익이 감소했다며 잇따라 자진 신고하고 있다. 증권 시황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감소한 가운데, 4분기에는 채권평가손실까지 겹쳤기 때문에 부진한 성적을 예상한 것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인 HMC투자증권은 지난달 25일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법인 15%) 이상 변경'을 공시했다. 이번 공시는 외부 감사를 거치지 않은 잠정 실적으로, 내부 결산에서 이익이나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하거나 증가하면 자진 공시하게 돼 있다.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5634억원으로 직전 사업연도 보다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528억원, 398억원으로 각각 22.6%, 21.0%씩 감소했다.

문제는 실적 감소를 예상한 증권사가 HMC투자증권 한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에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변경' 공시를 제출한 증권사는 HMC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 한양증권, 교보증권, SK증권, 동부증권, 유화증권, 부국증권 등 8곳이다. 이들의 지난해 잠정 연간 영업이익 합계는 4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축소됐다.

당기순이익은 2015년도 4618억원에서 2016년도 3368억원으로 27% 떨어졌다. 동기간 매출은 8조8603억원으로 7% 증가했다. 부국증권 1곳을 제외하고 모두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줄었다.

SK증권의 경우 내부 결산에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77억원으로 전년 보다 62% 가량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매출 증감율은 0%로 제자리걸음이다. 대형사인 삼성증권은 매출이 12% 증가한 것과 달리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40% 안팎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주식 거래대금 감소로 리테일 실적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대형사들을 필두로 IB(투자은행), WM(자산관리) 등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주식 위탁매매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은 1942조2990억원으로 12% 줄어들었다.

게다가 4분기에는 미국 대선 이후 채권금리가 36bp(국고채 3년 기준) 가량 상승하면서 보유채권 평가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연초 이후 금리 상승폭은 둔화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는 올 1분기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탈출해 거래대금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증권사들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실장은 "증권사들의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 이미 시장은 레드오션이다"며 "주식 거래량이 다소 개선된다 하더라도 증권사들의 직접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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