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조에서 1천억으로 추락…액면가 이하 애물단지
상폐 수순…파산선고 후 열흘간 정리기간 거쳐 퇴출될 듯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미주항로는 동맹체계가 여전히 견고하다. 특히 컨테이너 부문은 벌크 부문의 무차별적인 운임하락과 달리 동맹체계에 의한 선사의 운임결정력이 높다."

위는 지난 2010년 한 증권사 연구원이 발간한 한진해운 리포트 내용 중 일부다. 연구원은 이 같이 분석하며 한진해운을 업종내 '톱 픽(Top-picks)' 즉, 최선호주로 꼽았다. 한때 우량주로 평가받던 한진해운 주식은 지금 존페의 기로에 서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3일까지 시장감시위원회는 한진해운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선정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거래소가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은 한진해운이 기업 회생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심의 대상이 되면 그날로부터 7일 이내에 거래소는 한진해운을 상장폐지 시킬지 것인지 아니면 개선기간을 줄지 결정해야한다.

이 가운데 지난 3일 한진해운은 공시를 통해 파산 신청한 사실을 알렸다. 법원이 파산선고를 내리면 거래소의 심사 결과와는 별개로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된다. 지난 2009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이후 8년여 만의 일이다.

한진해운 주식은 지난 2009년 12월29일 상장됐다. 상장 첫날 1만9317원에 거래를 종료한 뒤 이듬해 주당 3만원대까지 치솟았으며, 시가총액도 3조원을 돌파했다. 증권사들도 주식이 저평가됐다며 업황 개선, 주가 상승 가능성 등을 이유로 매수 의견을 던졌다.

장밋빛 전망도 잠시, 경기 침체와 함께 업황이 녹록치 않자 한진해운의 자금부담도 커지면서 주가도 2013년 1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주가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법정관리 등의 이슈로 액면가(5000원)에도 못미치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매매거래 정지 직전인 이달 2일 기준으로 주가는 780원이며, 시가총액은 1913억원이다.

또 법정관리를 기점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투자위험·경고 종목 지정 등의 경고를 받았고, 매매거래 정지 조치도 잦았다. 지난해 4월 이후 증권사의 한진해운 분석리포트도 자취를 감췄다.

한진해운이 상장폐지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진해운의 외국인비율은 5.18%로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지난달 6일부터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13일까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뇌동매매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다가 2월 1일 투자위험종목에서 경고종목으로 경계 수위가 낮아진 틈을 타 또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폭탄돌리기'의 주체는 개인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진해운의 총 매수 거래량은 20억7861만주였으며, 이 중 20억6749만주가 개인투자자로부터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량은 100만여주에 그쳤다. 이 기간 개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21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정리매매 기간 또 다시 급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거래소는 법원의 파산선고 이후 3일간의 예고기간을 거쳐 7일간 정리매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 주식투자 전문가는 "일간 가격이 저렴하고, 1월 중에도 상한가가 몇차례 나와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주식이었다"며 "정리매매에 들어가면 지금의 가격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저가에 지분을 취득해서 이익을 보려는 투자자가 몰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실장은 "투자라기 보다는 투기에 가까운데, 시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혹시 모를 고수익을 생각하고 주식을 매수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며 "앞으로의 회사 발전가능성 보다 이번주에 안 망하면 된다는 판단에 과도한 위험을 무릅쓰는 단타매매가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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