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홍 칼럼니스트/前세계부동산연맹(FIABCI) 한국대표부 사무총장

■ 투자목적 구입 신중하게…실수요자, 하반기이후 노려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시장이 11·3대책 여파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인 1월 넷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내리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간 단위로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기는 2016년 3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반면 서울은 같은 기간 0.01% 올라 5주 만에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특히 강남 4구는 일부 재건축 단지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영향으로 12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리상승, 대출규제, 공급물량 과다, 경기위축 등 중첩된 대내외 악재 속에 올해 집값 상승이 전국적으로는 부진한 가운데 꾸준한 수요가 유입되는 서울 수도권은 그나마 버틸 것이란 예상대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그러면 설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 연휴 이후 부동산시장 전망’ 설문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단지가 유망하다고 답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대출·청약 규제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8~2013년 같은 장기 하락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단기 하락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 입주물량 급증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은 좀 더 시장을 지켜보다가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내집 마련에 나서라고 권했다. 설 연휴 이후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로는 가수요자들의 주택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대출규제를 꼽았다.

■“실수요자는 바닥을 노려야” 

이번 ‘설 연휴 이후 부동산시장 전망’ 설문에서 응답자의 42%(21명)가 현재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일시적 하락’ 상태라고 진단했다. ‘안정된 상태’라는 답변도 22%(11명)에 달했다. 수도권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답변은 20%(10명)였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계절적 비수기와 지난해 나온 부동산 대책이 겹쳐 매수자들이 잠시 심리적으로 위축된 측면이 있지만 연내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수도권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16만가구인데 여전히 주택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이보다 더 많아 장기하락 추세가 나타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적기'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2%(26명)가 ‘서둘러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상반기 주택시장이 급반등하기는 어려운 만큼 여유를 가지고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최적의 매수 타이밍을 잡으라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새 아파트 공급량 증가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추가 조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일부 전문가는 안정세를 띠고 있는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는 의견을 냈다. 김상국 삼성물산 주택본부 상무는 “서울·수도권 주택은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며 “계절적 비수기인 지금이 저점 매물 확보에 유리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목적의 주택 구매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금 차익·임대수익용 주택을 구입해도 괜찮은가’란 질문에 74%(37명)가 ‘아니다’고 답했다. ‘지금 투자해도 된다’는 응답은 26%(13명)에 그쳤다.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수익률 하락’(이원식 대한주택건설협회 상근부회장) ‘하반기 입주 물량 집중에 따른 하락 가능성’(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불황시 가장 먼저 타격받는 수익형 주택의 특성’(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이 투자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로 꼽혔다.

반면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분양가와 매매가가 동반 하락해 투자 여건이 오히려 좋아졌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높을 때는 역시 ‘입지’ 

주택 구입 추천 지역을 묻는 질문에는 전통적 인기지역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단지’를 꼽은 응답자가 49%(24명)나 됐다. 이어 36.7%(18명)가 위례와 하남 미사, 동탄2 등 수도권 신도시를 꼽았다. 서울 강남권 기존 아파트와 서울 강북권 아파트가 뒤를 이었다.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을수록 교통과 교육 등 주거여건이 좋아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조현욱 현대건설 마케팅팀장은 “불확실성이 클수록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교육 환경이 좋아 세입자 구하기가 쉬운 강남권 지역이 투자 1번지”라고 설명했다.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는 “가격이 높아 투자 진입이 쉽지 않은 강남권보다는 위례 등 신도시 아파트가 투자용으로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설 연휴 이후 부동산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최대 변수는 대출규제 등 정부 정책이다. 전문가들도 설 이후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로는 ‘중도금 대출 규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가계부책 대책’을 꼽은 응답자가 79.6%(39명·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를 통해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원리금을 분할해 갚도록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또 DSR을 도입해 돈 빌리는 사람에 대한 대출 심사도 한층 깐깐하게 하기로 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규제 완화와 같은 연착륙 또는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 빨라진 대선시계…돌발변수 될 부동산 공약

부동산시장은 경제성장률과 금리, 시장 수급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탄핵정국 이후 조기 대선 체제에서는 그 모든 변수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공약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구성된 데다 최근 바른정당의 출범으로 여당(새누리당) 영향력이 약해진 터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전통적으로 야당에서 지지했던 정책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태세다.

전·월세상한제란 연간 임대료 증액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것이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의 요구에 따라 같은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1회 갱신할 수 있게끔 보장해주는 법이다. 두 법안 모두 18대 국회부터 야당에서 당론으로 밀어붙였으나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금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야당에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 강화도 주요 대선주자들이 내세울 공약으로 거론된다. 이미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연간 15조원가량을 거둬들인 후 국민에게 나눠 주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다른 후보들도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보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제는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법안을 밀어붙였다가 부동산시장 전반의 경착륙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말 11·3대책에 이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침체라고 단정 짓긴 이르지만 탄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 인식 때문에 국토교통부 역시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과열 지역은 규제하고 침체 우려가 보이는 지역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와 지원정책을 펴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상반기 '주거복지 청사진'도 발표할 예정인데 이 청사진 역시 정치권에서 비현실적 공약을 양산하지 않게끔 마련하는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자칫 급진적인 제도를 도입했다간 주택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급진적 정책을 도입했다가는 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고, 이는 오히려 임차인이나 서민 주거비 부담으로 직결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문윤홍 칼럼니스트/前세계부동산연맹(FIABCI) 한국대표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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