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짝꿍 찾는 SK·이베스트·하이·골든브릿지
초대형IB 미달 증권사 후보군으로 설왕설래

▲ M&A가 거론된 증권사 자기자본 현황(2016년 3분기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연초부터 M&A(인수합병) 시장에 중소형 증권사 매물이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몇년째 새 짝을 찾지 못한 가운데, 올해 2분기 시행되는 초대형IB(투자은행)가 매각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7일 SK증권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SK가 지분 10%에 대한 정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SK증권의 지분 22.7%(7268만4750주)를 소유하고 있던 SK네트웍스는 전량을 SK C&C(10.0%), SK신텍(5.0%), SK증권 우리사주조합(7.7%)에 분할 매각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는 SK C&C로 변경됐다. 2015년 지주사인 SK와 합병하면서 SK증권도 최대주주가 SK로 변경됐다.

문제는 일반 기업 지주사인 SK는 금산분리법에 따라 금융사인 SK증권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SK가 SK증권의 지분을 처분해야하는 시점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SK는 그룹 내 계열사 혹은 제3자 매각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 관계자는 "SK C&C와 SK가 합병하면서 지분을 2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시장에 언급돼 왔다"며 "지분 회수 방법을 지주사에서 검토 중이며, 확정 시점이나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SK증권뿐만 아니라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도 매물로 나와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위해 지난해 주간사를 선정했으며, 연내 주식매매 계약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골든브릿지증권 역시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현대증권(현 KB증권) 등 대형사 딜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올 2분기부터 초대형IB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3조, 4조, 8조인 증권사에 '초대형IB'라는 자격을 주고, 발행어음, 별도의 순자본비율체계(NCR-II) 적용, 기업 신용공여 한도 확대, 외국환 업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합병, 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 기준을 맞췄다.

이 가운데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과 같이 1조~2조원대의 증권사들이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가격 협상만 가능하면 증자 보다 싼 가격에 인수해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들어 SK증권의 경우 10%만 인수해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데, 현재 주당 12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84억원만 있으면 4178억원의 자기자본을 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는 주당 가격을 대입한 단순 계산으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가격은 달라진다.

교보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자기자본을 확대하고 싶어하거나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은 금융지주사들은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며 "SK증권이나 이베스트증권은 상장사라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해 높은 밸류가 예상되는데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면 매각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수 효과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규모가 워낙 작은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 이유는 빈약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자기자본은 1000억~7000억원대다. 1조~2조원대인 증권사들이 인수한다고 해도 3조원을 맞추려면 추가 증자가 불가피하다. 또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수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60% 이상이기때문에 합병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 끼리 합쳐봐야 큰 의미가 없고 겹치는 비즈니스 구조 탓에 구조조정만 불러온다"며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출혈을 감당할 바에는 차라리 증자를 하는 쪽을 택하는 게 낫다"고 귀띔했다.

금융연구원 김영도 실장은 "인수 이후 전략을 구상해야 할텐데 현재 매물로 거론되는 증권사들은 영업구조에 차별화가 없다"며 "매물들이 모두 브로커리지 하우스들인데 브로커리지는 점차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 매수자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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