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 시중은행 3社, 지난해 고정이하여신 규모 2조 감소
대기업 대출 줄이고 중소·소호기업 대출 확대…"안전대 채워"

▲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시중은행 3곳의 고정이하여신비율 현황. KEB하나은행의 경우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합병 전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각사(단위 %)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깜짝 실적을 낸 가운데, 부실채권비율이 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시 위험할 수 있는 대기업 대출을 줄이는 등 안전대를 채운 효과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3대 시중은행 모두 0%대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을 기록했다.

여신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대손 등으로 분류하는데, 총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가 고정이하여신비율이다. 수치가 높을 수록 부실채권이 많다는 얘기다.

3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금액은 5조2490억원으로 2015년(7조2400억원) 보다 2조원 가량 줄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조26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최대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8%로 최근 10년간의 현황으로 볼때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SPP조선, 대선조선, STX조선 등 조선 3사에 대한 여신금액을 제외하면 비율은 0.91%로 더 낮아진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타 시중은행 대비 높은 부실채권비율 탓에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지난 2014년 2.10%를 기록한 이후 2015년 1.47%로 줄이는 등 지표 개선에 힘써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주가가 저평가 돼 왔던 이유 중 하나가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다"며 "이광구 은행장 취임 이후 연체율 관리, 우량자산 확대 등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29.5% 신장했다. 주요 계열사인 은행과 카드의 성장으로 하나금융지주 역시 1조3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주사 측은 "2016년 그룹 당기순이익은 핵심이익 유지와 판관비 절감, 안정적인 충당금 관리를 통해 전년 대비 47.9% 증가하며 2012년 이후 최대 연간 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동기간 하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84%로, 전년 대비 고정이하여신 규모를 30% 이상 축소하며 건전성을 높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1% 미만의 부실채권비율을 기록했다. 부실채권 규모를 2조원 밑으로 떨어뜨리면서, 총 여신에서 부실채권 비중을 전년 보다 0.13%포인트 더 낮췄다. 지난해 연말 기준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9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은행들이 자산건전성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 대출을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운·조선 등 연체 우려가 높은 대기업 대출을 줄이는 대신 우량기업 또는 중소기업 등으로 옥석가리기를 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대기업 대출 규모를 2015년 대비 10.2% 줄인 것과 달리 중소기업 대출은 1.7% 늘렸다. KEB하나은행도 대기업 대출금은 23.8% 감소했지만 중소기업과 소호기업은 각각 6.4%, 15.9%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전체 기업 대출 규모는 2.5% 증가했지만, 대기업 대출은 10% 이상 축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은행이 휘청거릴 수 있다"며 "지난해 대기업 대출을 줄인 것이 은행들의 자산건선성 개선에 큰 도움이됐기에 올해도 관리에 힘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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