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일당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의 압수수색 여부가 이르면 오늘(15일) 결정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특검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낸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및 효력정지 신청’ 심문기일을 15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고 밝힌 것이다.집행정지란 특정 행정처분이 집행되거나 효력이 발동함으로써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그 처분의 효력·집행을 정지함으로써 권리를 보전하는 제도다. 재판부가 해당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시급하게 정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심문을 종결한 당일에도 결과를 내릴 수 있다. 재판부가 그만큼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 여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뒷받침이다.

특검과 청와대는 상반된 시각을 지니고 있다. 청와대가 영장 집행에 불응한 것을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기관인 특검이 청와대를 상대로 행정법상 항고소송을 제기하려면 청와대의 불승인 행위가 행정법상 ‘처분’에 해당해야 한다. 특검 압수수색의 공익적 중요성과 청와대의 군사상·공무상 비밀유지 필요성 중 어느 쪽이 국가적 이익을 위해 더 중요한지도 따져보게 된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지 못할 경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을 재판부에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반면 청와대는 행정처분으로 인정되더라도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단서조항을 내세워 정당한 처분이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안에서 법원은 특검 압수수색의 공익상 중요성과 청와대의 군사상·공무상 비밀유지 필요성 사이에서 국가적 이익을 위해 어떤 결정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게 될 전망이다.

행정법원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특검이나 청와대 모두 수용해야 한다. 법치국가의 본령이기에 그렇다. 이 대목에서 분명하게 짚어야 할 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최순실 씨 일당의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시도한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 청와대는 '군사 보안시설' 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취한 조치는 설득력이 약하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는 물론 ‘기(氣)치료 아줌마’와 '주사 아줌마'에다 비선 진료 의혹을 받는 김영재 원장 역시 지난 2014년 2월부터 최소 5~6차례 청와대를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김 원장의 아내 역시 남편과 함께 청와대를 출입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합법적인 영장을 들고 온 특검은 문전박대를 당했다. 청와대 측에서는 군사보안시설이라는 사유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라는 사유를 들어서 영장 집행의 승인을 보류한 것이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행태를 보인 청와대이기에 "주사 아줌마도 가는데, 특검은 왜 막느냐"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대한민국은 국가 위난 중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거버넌스 부재와 소통 결여가 부른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지만, 국정 공백과 국가위신 추락에 대해 속죄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민과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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