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내달부터 수수료 부과·KB국민은행은 검토 중
주요 은행들 일단 손사래…도입 두고 눈치보기 시작될 듯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내달부터 한국씨티은행이 지점 창구 이용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KB국민은행도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으로 도화선처럼 번질까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일단 모두 "노(NO)"를 외치고 있다.

19일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창구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3월 8일부터 수시입출금식 계좌를 만든 신규 고객에 한해 총 수신금액이 1000만원 미만일 경우 창구를 이용한 월마다 5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신규 고객의 총 잔액이 900만원일 경우, 한 번이라도 창구에서 입출금 거래를 했다면 예금 잔액의 0.05%인 5000원을 내야한다는 얘기다.

수수료를 내지 않으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1000만원 이상 예치하거나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금융거래 취약계층과 사회소외계층 고객에 대해서도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KB국민은행도 이름은 다르지만 창구 이용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창구 수수료' 도입을 두고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도입을 전제로 검토하는 것은 아니고 실무진 선에서 전반적인 수수료 체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검토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다른 시중은행들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수익 구조 다변화나 지점 및 인력 구조조정이 몇년째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창구 수수료가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객 이탈을 불러올 수 있어 수수료 도입은 '양날의 검'이다.

은행의 이익은 '이자'와 '비이자'로 나뉜다. 수수료 수익은 '비이자' 부문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평균 비이자 수익 비중은 14%에 그쳤다. 수익 구조가 예대마진 기반의 이자 수익으로 쏠려 있는 탓에 은행들은 수수료 부문에 대한 고민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점포가 매년 줄고 있는 것도 창구 수수료 도입의 배경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5개 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지점(출장소 포함) 수는 총 3910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지점이 4084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170여개의 지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창구 이용 수수료를 부과하면 은행들은 모바일이나 온라인 같은 비대면 채널로 고객을 유도할 수 있고, 소액 고객들이 수수료를 이유로 이탈하게 되면, 고액의 자산가들 대상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익 구조 다변화가 표면적인 이유라면, 진짜 속내는 여기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이 고객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도입하는 것은 다시 고액 자산가 중심의 영업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것 아니겠냐"며 "씨티은행은 지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수수료를 내가면서 거래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 도입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사실 소액 고객들은 은행 수익에 기여도가 낮아 다른 은행으로 옮겨가더도 은행 입장에서 손해는 아니다"며 "오히려 고액을 예치하는 고객 중심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일단 주요 은행들이 수수료 도입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KB국민은행까지 도입을 확정짓는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수료 문제가 민감하기 때문에 여론의 눈치를 보다 적정 시점에 도입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도입하려는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른 은행들도 따라갈 것"이라며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전가하는 게 아닌 기존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해, 서민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