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풀린 현금 103조5천억…사상최대로 첫 100조 돌파

▲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확실성·노후대비 등에
소비위축…돈 돌지않고 정체


저금리·유동성 확대공급 영향
통화승수·유통속도 역대최저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는데도 제대로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면서 현금 100조원 가량을 시중에 풀었다. 하지만 한은의 희망 사항과는 달리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유동성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최근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생활물가 상승 등의 영향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및 노후준비 등으로 소비 심리는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태다. 결국 돈을 쓰지않고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예금회전율이나 통화 승수, 통화유동속도 등의 지표도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그만큼 은행에 맡긴 예금을 찾지 않고 그대로 넣어두고 있다는 의미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화폐발행잔액은 103조51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6조1277억원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화폐발행잔액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시중 공급 화폐 중에서 환수한 돈을 빼고 남은 금액을 뜻한다. 즉, 한은으로 돌아오지 않고 남아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규모를 일컫는다.

화폐발행잔액은 통상 매월 1조원 가량씩 늘었지만, 지난달엔 설 자금 방출 등의 명절 영향으로 증가 폭을 키웠다.

자료=한국은행 그래픽=연합뉴스


화폐발행잔액은 2008년 30조원을 넘어선 이래 2010년 40조원, 2012년 50조원, 2013년 60조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화폐발행잔액 중 지폐가 101조316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폐별로는 5만원권이 전체 잔액의 77%(79조972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이후 한 달 새 4조1969억원이나 늘은 것이다. 5만원권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발행량이 23조원으로 2009년 발행 후 최대규모를 기록키도 했다.

1만원권의 잔액은 17조9천645억원으로 한 달 새 1조7198억원 늘었다. 5000원권과 1000원권은 각각 1136억원, 928억원 늘어난 1조4598억원, 1조6217억원으로 조사됐다.

한편, 현금뿐 아니라 예금 잔액 등을 합친 광의통화(M2) 역시 지난해 12월 말 현재 평균잔액(원 계열 기준)이 2342조6213억원으로 2015년(159조7094억원)대비 7.3%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특히 5만원권 발행 이후 자기앞수표 수요가 줄고 5만원권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화폐발행잔액도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역대 최저수준을 보였다. 한은이 시중에 돈을 풀어도 소비 등을 통해 돈이 돌지 않고 은행에 고여만 있다는 얘기다.

본원통화가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지난해 12월 16.7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고, 통화의 유통속도(국내총생산/M2) 또한 지난해 9월 말 현재 0.69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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