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적 위상에 걸맞지 않은 ‘몽니’를 부리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키 위해 한반도에 방어 무기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 하려는 데 대해 한국에 보복 조치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고 자유 무역을 주장하는 중국의 평소 입장과는 배치된다. 말과 행동이 다르니, 중국 사상의 큰 줄기인 의(義가 아니다.

공자의 사상이 한마디로 ‘인(仁)’을 중시한다면, 맹자는 올곧음, 곧 ‘의(義)’라고 할 수 있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戰國)시대는 철기가 확산되면서 생산력의 급격한 발달로 제후들 사이에 치열한 영토 쟁탈전이 벌어지던 전란의 시대였다. 그는 제후국을 주유하며 ‘너그러움의 정치’, 즉 ‘인정(仁政)’을 역설하면서도 폭군은 내쳐 버려도 좋다는 ‘폭군 방벌(放伐)’을 제시하기도 했다. 혁명적 민본주의다. 영토를 넓히려는 군주의 욕망보다 백성들의 삶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위민(爲民) 정치사상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현대 중국도 글로벌 시대 이웃국가와의 선린우호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국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해야 한다. 다름은 다름대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맹자가 말한 “천지에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夫物之不齊 物之情也)”라는 내용의 실천이다. 시 주석도 “서로 다른 문명 사이에 우열은 없다. 오직 특색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잖은가.

그렇다. 어짐과 올곧음이라는 인의(仁義)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모두 한 형제자매요 사해동포이다. 물론 개인이나 국민 모두 처한 환경과 노력 여하 등에 따라 잘살고 못살 수는 있지만 인간의 기본가치는 차이가 날 수 없는 것이다. 맹자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장자도 ‘사람 간 차이는 있으나 차별은 하지 말아야 한다(有差無別)’며 “천지가 넓어 고루 생육하고 만물만사 많아도 하나로 다스려진다(天弘地廣化均隆 物衆人多治一通)”고 가르쳤다.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계의 눈초리를 의식해야 한다. 동북공정, 서남공정, 동·남중국해의 패권 추구 등은 인접국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상대국에 역지사지 입장에서 겸손해야 한다. 맹자는 강조했지 않은가. “힘에 의존하는 나라의 백성들은 잠시 환희에 차 있지만, 인의에 바탕한 나라의 백성은 밝고 화평하다(覇者之民 驩虞如也 王者之民 皞皞如也)!”

중국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사드 배치의 원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고,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해하는 게 온당할 일임을! 그런데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중국은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침략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없으면 사드도 없음을 직시하길 바란다. 북한의 ‘후견국’ 중국의 역할은 분명하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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