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교수·전OBS대표
■ ‘300인의 집단독재’ 꼬리표 뗄때
정권 교체가 없던 지난 시절, 많은 국민들은 꼭 필요한 법안과 정책이더라도 의원들이 몽니를 부리면 “그래”라고 긍정은 하면서도, 묵시적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正治)보다는 생계가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국민이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다. 모든 이의 소원은 탄탄한 국가 아래서, 사회 불안도 없고, 자기 소유의 집에서, 자식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이고, 춥지 않게 사는 것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풍족해지고 좋아졌다. 하지만 국회만은 여·야가 서로 역할을 바꿔 집권해 보았으면서도, 국가에 이익이 되는 일은 못 본 듯이, 경쟁적으로 비능률만을 좇고 있으며, 국가가 잘되는 것은 자기 당의 몰락이라고 여기는 등 전혀 변하지 않았다. 협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며, 그 좋은 의사당 두고 국회 정문 앞 계단에서 채신없이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걸핏하면 길바닥에 나앉고, 법을 가장 잘 지켜야 할 의원들이 법 밖의 행동으로 선동하고, 경찰과 대치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오죽하면 많은 국민들이 ‘국회 독재’라거나, ‘300인의 집단 독재’라면서, ‘국개의원’, ‘국해의원’, ‘구케우원’ 등이라고 막말을 하겠나? 언젠가 “잘 지은 국회 사우나에 비아그라를 풀어보라”면서 “아마 다 뻣뻣하게 굳을 기라”고 하는 심한 농담을 들은 적도 있다.
경제규모로 보면 상황은 더 달라진다. 의원 1인당 국내 총생산은 미국 398억8100만달러, 일본 96억8900만달러, 우리나라 47억300만달러(2014년)다. 단순하게 적용한다면, 우리나라 의원의 할 일이 비교한 국가보다 적기 때문에 미국 규모면 51명, 일본 규모로는 230명이다. 의원 1인당 국토 면적으로 환산하면 미국과 같으면 5명, 일본과 같은 경우면 126명으로 줄어든다.
■ 의원수 많을수록 비효율 앞서
그런데 어느 나라에서나 의원의 수가 많을수록 긍정적 효과보다는 비효율이 앞서나 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보도한 ‘간단한 방해공작 현장 매뉴얼’에 따르면, 조직을 망칠 수 있는 행동으로 “일을 질질 끌고, 긴급할 때 갑자기 회의를 열고, 각종 위원회는 논의가 길어지도록 최대한 많은 인원으로 구성하고, 사사건건 일과 관련 없는 문제를 제기하라" 등을 들고 있다. 마치 우리 국회의원들을 꼭 집어 이야기하는 것 같아 낯이 뜨겁다.
지난해 이탈리아가 시도했다 실패한 것처럼 의회가 스스로를 개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면적도 좁고, IT 최강국으로 언제 어디서나 유권자를 만나거나, 접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직접 민주주의를 해도 될 만큼, 동 시간대에 유권자의 의견을 물을 수도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개혁을 미룰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을 국회가 끌어안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방의회로 과감하게 이양하면 된다. 국회의 비효율, 고비용, 지나친 특권, 상호 비방, 욕설을 버리면, 국민의 존경하는 마음은 저절로 배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하는데 적정한 수는 100명이면 충분하다.
신현덕 국민대 교수·전OBS대표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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