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사 처음 현직 대통령으로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검찰에 소환된다. 갖은 수 싸움 끝에 최순실씨 역할을 인정한 지 147일 만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며 부끄러울 따름이다. 유죄 여부를 떠나 나라망신으로 국격 실추가 우려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대국민 사과, 조기 퇴진 시사, 1기 특별수사본부 및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거부, 기자 간담회 및 인터뷰, 헌법재판소 불출석, 헌재로부터 파면 선고를 거친 끝에 불소추 특권이 없는 자연인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기까지 파란의 역사를 써왔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 개입을 2012년 대선 당시 연설이나 홍보 분야에 한정하면서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사과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 1기 특수본이 설치됐고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선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달 30일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손으로 박영수 특별검사를 임명하긴 했으나 검찰 조사는 받지 않았다.

그러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 3차 대국민 담화 땐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조건부 하야 의사를 밝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꼭 1주일 뒤 새누리당이 제시한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이라는 구체적인 밑그림에 동의한다고 했으나 국회 탄핵소추안 추진을 되돌리기엔 늦은 시점이었다. 결국 "탄핵이 가결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여서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대로 지난해 12월9일 탄핵안 가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형사적 책임 의혹에 대한 해명을 충분히 하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정공백과 나라 망신, 국민 좌절감 등에 대해선 반성의 기회로 삼는 게 도리일 것이다.
검찰에 주어진 책임 또한 중차대하다. 박 전 대통령은 총 13가지 범죄사실의 공범으로 적시된 핵심 피의자다. 검찰은 이미 1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비롯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의 직권남용·강요 혐의 등 9가지 범죄사실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삼성 뇌물수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 작성 및 시행, 공무원·민간영역의 부당 인사개입 등 5가지 범죄사실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역사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결과물을 내놔야 할 것이다. 어떤 정치적 의도나 외압에 흔들린다면 검찰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 검찰은 헌재가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때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용납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중시했음을 직시하길 바란다. 박 전 대통령이나 검찰 모두 법과 원칙이 중시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수사에 임하고, 수사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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