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대학교 교수·경제학 박사

지난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0.75-1%로 결정했다.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연준의 언급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과도한 압박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 움직임도 우리나라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관광 금지 등 중국의 보복조치로 17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 정책이 미국 제조업의 사양화를 초래했다고 믿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경우, 무역상대국들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은 뻔한 일이다. 1929년 대공황 이후, 1950년까지 지속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로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연속 2%대 저성장…GDP 4만弗시대 요원

수출주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에,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연속 2%대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 평균성장률인 3.1~3.4% 수준보다 낮아진지는 3-4년이나 됐다.

한국은 경제적 선진국인가? 경제협력기구(OECD)에 가입했으니 선진국그룹에는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1인당 GDP 2만 달러를 달성한 후 오랫동안 3만 달러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경제선진국 기준을 1인당 GDP 4만 달러로 볼 때는 갈 길이 멀다. 현재 세계 인구 74.6억 명 가운데 약 16.5%인 12억 명만이 진정한 경제선진국 지위를 누리고 있다.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제도를 갖추는 일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 교수는, 18세기 유럽에서 프랑스, 스페인 등 강대국을 물리치고 영국과 네덜란드가 산업혁명에 먼저 성공한 것은 사유재산권, 지적재산권 보장 등 경제적 인센티브가 되는 좋은 제도를 먼저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경제를 살리고 진정한 선진국 경제에 진입하기 위해, 첫째 창업하기 좋은 제도, 기업하기 좋은 제도를 갖춰야 한다. 생산활동의 주체가 기업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갖고도 창업해 성공하는 기업인이 무수히 나올 수 있는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국제적 비교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기존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새로운 창업자가 성공하기 아주 어려운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의 구조조정과 퇴출도 손쉽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 경제적 인센티브가 될 제도개혁 시급

둘째, 단기적으로 노사제도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경제의 가장 큰 고질병은 강성투쟁을 일삼는 노사문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려해도 노조의 극한투쟁으로 때를 놓치고 부실기업으로 낙오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실업문제가 해결된다. 특히 전체 근로자들의 10여% 정도밖에 안 되는 대기업 노조와 공기업 노조들이 강성 파업문화를 조성해 외국인 투자유치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셋째, 경제적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지적자본과 혁신능력을 갖춘 인력자원을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제도가 혁신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제도로는 자율성과 창의성 있는 교육이 어렵다. 다양한 교육제도가 마련돼야 창조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자치단체별로 특색 있는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집권적 제도보다 자치적 제도가 경제적 성취도가 높다는 것은 세계 경제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넷째, 경제는 정치적 안정위에 피는 꽃이다.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 체제로 인해 정경유착 등 부패사슬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하니, 협력적 정치가 가능한 제도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지지가 없이는 제도적 개혁은 불가능하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극단주의를 극복하고, 법질서를 지키는 등 민주시민의 의식이 고양될 때, 진정한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유석형 장안대학교 교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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