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 취소·귀국 늘어… 中 관광객 줄며 해고 통보받기도

[일간투데이 류재복 기자] 서울의 유명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A씨(26·4학년)는 이화여대 정문 앞 화장품 가게에서 지난주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이곳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A씨는 “가게 주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점장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기로 했다”며 “앞으로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한데 중국인 점원을 뽑겠다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도 불편을 겪고 있다.

심리적으로 위축될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중국은 지난 15일 한국행 여행상품 전면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은 지난 1월 말 기준 6만5386명에 이른다. 2004년 말 8677명에 불과했지만 유학생 유치 정책과 한류 열풍에 힘입어 급격하게 늘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중국인 학생 비율은 3~5%에 달한다.

중국인 유학생은 하루하루 가시방석에 앉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연세대 재학생 B씨(24·2학년)는 “술자리에서 유학생들이 중국어로 얘기하다가 옆 테이블과 시비가 붙었다는 소문도 있다”며 “공공 장소에서 친구들과 중국어로 말하기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화여대 재학생 C씨(24·1학년)도 “한국인 친구들과 얘기하면 사드 문제로 말다툼을 벌일까봐 중국 유학생들끼리만 어울린다”고 했다. 그는 “‘한국 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하는 게 어떻겠냐’고 부모님이 권했다”며 “반중 감정 때문에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불안해하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 유학을 취소하거나 귀국을 서두르는 이들도 있다. 중국인 대상 유학컨설팅 사업을 하는 저우위 씨(26)는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에 유학을 가도 괜찮을지 걱정하는 중국 학부모와 학생이 많다”며 “한국에 가려고 비행기표까지 끊어 놓고 계획을 접은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사드 갈등이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여서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려던 유학생들은 노심초사다. 중국 내 반한 감정에 비례해 한국 내 반중 감정도 높아질 수 있어서다.

건국대 재학생 D씨(22·2학년)는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꿈을 갖고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며 “졸업 후 한국에서 영상 관련 회사에 취업해 정착할 생각이었는데 사드 갈등으로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어학원에서 일하는 유학생들은 중국어 수강생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신촌의 한 유명 어학원에서 조교로 일하는 진란 씨(25)는 “외교 마찰이 있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이 어학원”이라며 “벌써부터 수강생 문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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