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지금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유력주자들의 안보관을 보면 걱정이다. 사드문제만 하더라도 문재인-안희정-이재명-안철수는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다. 사드를 더 배치해야 한다든지(유승민), 우리도 핵을 갖든지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들여와야 한다(홍준표)는 주장과는 천양지차다. 그렇다고 사드에 부정적인 후보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무슨 대책이나 자신감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지금 우리 안보의 중심축인 미국은 강력한 대북압박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심지어 선제공격론까지 거론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대선 후 양국 간 충돌은 거의 필연적이다. 여론조사에서 계속 수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는 당선되면 (당연히) 북한에 먼저 가겠다, 미국에도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이미 트럼프 새 행정부를 충분히 자극하고 있는 상태다.

■ 유력주자들 안보관 ‘철부지’ 수준

이쯤에서 우리는 미국이 과연 한국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를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6·25전쟁 이래 장기간 미군이 주둔함에 따라 우리는 미군이 우리 곁에서 지켜줄 것이다, 미국은 절대로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혹자는 아무리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미군의 한국주둔 역사를 되돌아보자. 1945년 일본항복과 더불어 한국에 왔던 미군은 1949년 모두 철수했다. 1950년 초에는 소위 애치슨라인이라는 것을 선포해 미국의 극동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사실상의 한국포기 선언이었다. 김일성은 서둘러 5개월 후 6.25전쟁을 일으켰다. 1953년 휴전때 우리측의 강력한 요구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됐는데 이 조약을 근거로 미군주둔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미국 내에서는 꾸준히 철수문제가 제기됐고 급기야 1971년 닉슨행정부는 주한미군 전면철수를 추진했는데 우리 정부의 간청으로 2개사단 중 1개사단만 철수시켰다. 1977년 카터 대통령도 철군을 공약으로 내걸고 전면철수를 추진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보류됐다.

결론적으로 주한미군은 언제 떠날지 모를 존재다. 어느 나라든 국익추구가 최우선이다. 그들의 국익에 맞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나가려고 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북한의 소원이 미군철수라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미워하는 이유는 주한미군 때문이다. 그들은 미국의 방해(?)만 없으면 남한점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 트럼프 한국방위 재고땐 ‘안보공황’

혹자는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한미방위조약이 있으므로 유사시에는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정부와 의회, 그리고 미국 국민들이 죽어도 좋으니 그들의 청년자식들을 한국전쟁에 보내겠다고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저 막연하게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환상이다.

북한은 핵무기와 ICBM 개발을 마치면 미국에 대해 핵공격 위협을 가하면서 미군철수를 압박하고 나설 것이다.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이 지루하고 피곤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우호관계를 갖자고 유혹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공격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군철수를 위한 압박용이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단순히 김정은 체제 보호용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적 오산이다. 이나마 남북 간에 어설픈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군사적 균형 때문이다. 군사적 균형은 보복력이 핵심인데 우리는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해 종국적인 보복력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안보역학이 뻔한 데도 차기 집권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는 이른바 유력주자들의 안보관은 철부지 수준이다. 정권만 잡으면 됐지 반미면 어떠냐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성질 급한 트럼프가 사업가적 관점에서 주한미군과 한국방위의 득실을 재고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당장 안보공황 사태에 빠질 것이고 이는 국내의 모든 것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바로 여기에 대한 답을 빨리 내놔야 한다.

구월환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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