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발등의 불'인 해체론을 피하는 데 급급한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예컨대 최대 자금줄이었던 삼성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불가피했던 조직 개편과 예산 축소를 진정한 의미의 쇄신안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흘러나오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니 10대 그룹 관계자들이 "새로운 내용은 간판을 바꾼 것밖에 없는 것 같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게 아닌가.
이는 혁신안이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인사들이 공론화한 해법에조차 못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말 전경련 탈퇴 입장을 밝히면서 전경련을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처럼 싱크탱크로 운영하면서 재계의 친목단체로 남기자고 제안한 바 있다. 혁신안의 골자인 기업 중심 경제단체로의 변신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나 중소기업중앙회와의 차별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음을 전경련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사실 혁신안도 과거안과 별반 크게 다르지 않다. 전경련은 1996년 노태우 정부 당시의 정치자금 수사가 본격화되자 기업윤리헌장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20년만에 도돌이표 쇄신안을 내는 상황에 처했다. 경제단체라는 골격을 유지하는 한 정권의 강압이나 입맛에 따라 언제든 정경유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전경련이 해체된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전경련 내부에서 반세기간 이어져 온 정경유착의 그릇된 행태는 반드시 끊어내야 하는 것이 옳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기구이자 경제현안에 대한 정책연구 역할을 위한 두뇌집단으로서의 역할을 긴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조직유지를 선택한 전경련에 쇄신의지가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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