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각자의 삶은 남다르다. 공선사후를 실천한다. 나와 내 가정보다 이웃과 조국, 세계평화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헌신 봉사한다. 청사(靑史)에 빛나는 일생이다. 안중근(安重根) 의사를 꼽을 수 있다. 어제 3월26일은 안 의사가 동양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사살하고, 만 5개월 뒤 뤼순 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한 지 107주년 되는 날이다.

서른둘의 청년 안중근은 명주저고리와 검정바지로 갈아입었다. 어머니가 인편으로 부친 조선의 옷이었다. 하얀 두루마기까지 걸치고는 형장을 향했다. 사형집행문이 낭독되자 구리하라 교도소장이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소?” “우리 대한국이 독립해야 동양평화가 보존될 수 있고 일본도 위기를 면하게 될 것이오.”

그가 옥중에서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 남긴 휘호는 안 의사의 정신을 상징한다. “눈앞의 이익을 보거든 먼저 의리에 합당한가 생각하고,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치라.(見利思義 見危授命)”

사실 대개 사람들은 범부(凡夫)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성인 열사 위인이 걷는 길은 대조적이다. 오늘 불이익을 받을지언정 공명정대함을 올곧게 지키고 실천하기에 역사발전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힘을 발휘한다. 공공선(公共善)을 위한 ‘충신’이다. 그래서 주자는 저서 ‘사서장구집주(四書章句集注)’에서 “(공익을 위해)자신의 힘을 다하는 것을 충이라 하고, 성실로 하는 것을 믿음이라고 한다(盡己之謂忠 以實之謂信)”고 했다.

안 의사는 이토가 침략을 행한 폭군이기 때문에 사살해도 정당하고 그것으로 동양 평화가 온다는 신념에서 행동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일본은 이 같은 시대 배경을 직시, ‘평화주의자’ 안 의사를 재평가해야겠다. 그래야 한·일 평화의 신시대를 여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묵자’는 이렇게 권면하고 있다. “서로 사랑하고 이익을 나누면 모두 번창한다(兼交愛利皆繁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처칠의 명언은 오늘에도 살아 숨 쉰다. 숱한 왕조와 회사와 단체의 성장 및 실패 역사가 증거하고 있다. 역사의 교훈! 21세기 밝은 미래를 위해 한국, 한국인들이 생명시해야 할 고귀한 가치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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