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조심해야 한다. 여야 간에도 할 말, 안 할 말 가려야 한다. 금도(襟度)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는 말을 조심하라며 “사람은 언어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일찍이 이놈 저놈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人不可以口業取快於一時 予雖於僕御之賤 未嘗以這漢那漢呼之也)”고 가르쳤다. 어느 분야든 지도자는 무릇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5월 9일 대선을 통해 19대 대통령을 꿈꾸는 주요 후보들은 시대정신을 파악하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 대안 제시에 힘써야 한다.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이들만 말을 조심해야 할까. 아니다. 자신이 받드는 ‘주군’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이들, 곧 참모들도 예외일 수 없다. 참모의 언행 또한 조심해야 한다.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불러오기도 한다. 어디 사람뿐이랴. ‘주인집’에 속해 있는 모든 게 이런저런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사람들은 이를 화젯거리 안주 삼아 ‘대리 배설’의 비판 욕구를 충족하는 게 세상인심이기도 하다. 결국 ‘주인어른’에게 누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비자’에 나오는 ‘구맹즉주산불수(狗猛則酒酸不售)’, 곧 개가 사나워 술이 시어지도록 팔리지 않는다는 고사를 떠오르게 한다. 무례한 이가 있으면 조직에 해가 되고, 민심이 떠나간다는 비유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에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이 술을 만들어 팔았다. 술은 아주 향기롭고 맛있었다. 그의 술집 앞에 내건 간판은 화려했고 높이 달린 술집 깃발도 눈길을 끌 정도로 멋있었다. 그런데 술이 잘 팔리지 않았다. 장씨는 끙끙 앓다가 양천이라는 현자를 찾아가 사정을 말했다.

그러자 양천이 뜬금없이 물었다. “당신 집에 개를 기르고 있습니까?” “예.” “그 개가 아주 사납지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개가 사나운 것과 술장사가 안 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상관이 있지요. 사람들은 보통 어린아이들을 보내 술을 사오도록 합니다. 그런데 술병을 들고 찾아온 아이를 누가 제일 먼저 맞습니까? 사납게 으르렁대는 개입니다. 겁이 난 아이는 술집 안으로 들어올 생각도 못하고 다른 술집으로 발을 돌려버립니다. 그러니 당신 집에서 빚은 술이 아무리 향기롭고 맛있어도 팔리지 않았던 겁니다.”

권력자 주변의 참모 또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기에 이 같은 폐단을 일으키는 개연성이 작지 않다. 지도자건, 참모건 모두 언행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언행은 품격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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