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주목적으로 계리…해지환급금 적을 수 있어

[일간투데이 전근홍 기자] 종신보험의 보장 성격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가입자의 사망보장이 주를 이뤘다면, 사망보장의 가입금액 해약환급금의 일부를 생활비로 분할 지급받는 형태로 변모하거나 일반질병 보장을 확대한 형태로 상품 출시가 이뤄지는 것.

하지만 종신보험은 계리단계서부터 사망보장을 목적으로 설계된 상품이라는 점에서 가입 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은 시판중인 종신보험에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일반 16대 질병(GI: General illness)에 대해서도 진단금과 수술비를 최대 1억까지 보장하며 선(先)지급하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망보험금보다 생활비 지급

갑작스런 사망으로 유가족들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종신보험이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능이 확대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가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노후대비와 안정적인 자금 마련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 지급방식은 주계약인 사망보장 담보의 가입금액을 분할 지급하는 형태다.

한화생명이 지난 18일 출시한 ‘생활비 받는 스마트변액통합종신보험’은 목적과 상황을 고려해 젊을 때는 사망중심의 보장을 받고 노후에는 사망보장을 줄이는 대신 생활비를 받는다.

사망보험금을 일부 줄이면서 발생하는 해약환급금을 생활비로 받는 형태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 노후자금 등 목적에 따라 생활비 지급기간을 5· 10·15·20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지난달 출시한 ‘무배당 변액유니버셜 오늘의 종신보험’은 고객이 은퇴 후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생활자금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생활자금 지급기간은 15년, 20년, 25년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생활자금 지급기간 종료 후에도 가입금액의 10%는 사망보장으로 유지된다.

ING생명이 올해 초 출시한 ‘무배당 생활비 챙겨주는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역시 고객이 설정한 생활자금 개시시점 이후 최대 20년 동안 매년 생활비를 지급한다.

생활비 지급이 시작되면 주계약 담보의 가입금액이 4.5%씩 최대 20년 동안 균등하게 감액되고, 이때 발생하는 환급금을 생활자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신한생명에서도 사망과 노후보장을 내세운 ‘생활비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을 선보였다. 삼성생명 역시 지난해 4월부터 생활자금 받는 ‘변액유니버설종신보험’을 판매 중이다.

김태훈 메가리치 재무컨설턴트는 “종신보험은 사업비를 많이 떼는 구조로 10년 이상 납입해도 해지환급금이 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며 “특히 변액종신보험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펀드형식으로 투자가 되기 때문에 투자손실이 있을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비지급형 보험상품은 가장의 사망이나 질병 치료 등으로 인한 소득상실을 보완하고 안정적인 생활비를 보장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상품은 보장내역이나 해지환급금이 적어 가입 시 주의를 요한다”고 조언했다.

◇일반 16대 질병(GI =General illness) 선(先)지급 확대

종신보험이 사망보험금으로 수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탈피하고 있다. 종신보험 한 가지로 전 생애에 걸쳐 일반질병까지 보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구성, 소비자를 유인하고자 하는 것.

업계에 따르면 일반 16대 질병까지 보장하는 GI종신보험의 출시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흥국생명이 ‘가족에보탬이되는GI보험’은 사망보장은 물론 8대 질병인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말기신부전증·말기간질환 진단 시 사망 보험금 가입금액의 80%를 선지급 하는 상품이다.

KDB생명이 출시한 ‘GI건강종신보험’ 역시 사망부터 중요 질병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연금전환을 통해 노후자금으로 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외에 미래에셋생명의 ‘건강종신보험 건강의 가치’도 사망 보장과 3대 중대질병을 포함한 일반 16대 질병 등에 대해 선지급 진단금을 보장한다.

더불어 기존에는 선지급 진단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증갑상선암(소액암), 남성유방암(특정암)도 일반암으로 재분류하여 주계약 선지급 대상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특히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전환하여 더 많은 금액으로 안정된 노후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중대한 질병에 대한 선지급 기능을 포함한 CI(Critical Illness)종신보험은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종양이 번진 범위가 일정 기준 이상이여야 하는 등 지급이 까다로운 편”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I종신보험은 상품 이름 그대로 ‘중대한’이 아닌 ‘일반적인’ 질병을 보장하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장 범위가 확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의 니즈를 면밀히 살펴보면 현재의 보험시장은 종신보험 한 가지로 가입자의 전 생애를 책임지는 멀티 보장성 보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승환 키움에셋 보험 컨설턴트는 “GI종신보험의 경우 보장범위가 확대된 장점이 있어 보험료 지급이 원활하다”며 “해당 상품들은 대부분 저해지 환급형으로 출시돼 중도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종전보다 적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가입은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향후 필요한 보장 담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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