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 변호사

기여분 공제는 원칙적으로 불가
재산형성에 기여 경우땐 예외로


A는 부인 B와 자녀 C, D를 남기고 사망했다. A는 사망일 3년 전에 부인 앞으로 시가 11억원짜리 아파트를 증여했고, 장남 C에게는 결혼 자금으로 2억원을 증여했다. 딸인 D에게는 1억원을 증여했다. A가 사망하자 D가 B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는 D에게 얼마를 반환해야 하는가, 이때 B는 기여분을 주장하면 유류분 반환청구에 대항할 수 있을까.

피상속인(사망한 자)이 사망한 경우 그의 재산은 상속재산이 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들이 법정 상속분에 따라서 상속재산을 상속하게 된다. 한편, 누구든지 생전에 자기 재산을 임의의 자에게 증여해 처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속재산의 처분의 자유는 유류분권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된다. 유류분권이란 피상속인이 특정한 상속인에게 재산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증여하고, 나머지 상속인에게는 재산을 남겨주지 않거나 제3자에게 증여를 하는 경우, 상속개시 후 일정한 기간 안에 유류분권을 주장해 수증자로부터 반환받게 하는 제도이다.

이건에서 유류분 산정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생전에 증여된 재산의 총액인 14억원이다(부인 B 11억원, 아들 C 2억원, 딸 D 1억원). 그리고 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은 부인B가 7분의 3, 자녀 C와 D가 각 7분의 2씩이고, 유류분권은 이의 절반인 14분의 3, 14분의 2, 14분의 2가 된다. 유류분 산정재산이 14억원이므로 부인은 3억원, 자녀들은 2억원씩의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들 C의 경우 이미 2억원을 증여받았으므로 B에게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 없다. 딸 D의 경우에는 1억원만 증여를 받았으므로 A를 상대로 부족분인 1억원의 지급을 구할 권리가 있고, B는 D에게 1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 아파트의 경우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번 돈으로 구입한 것으로 그 취득과 유지에 부인의 노력이 상당부분 투입됐다고 한다면, B는 D의 유류분 반환청구 사건에서 기여분을 주장해 청구를 부인할 수 있는가에서 다툼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가 있는 경우 그 기여분의 산정은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의해 정하도록 돼 있고,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기여자의 신청에 의해 가정법원이 심판으로 이를 정하도록 돼 있으므로 이와 같은 방법으로 기여분이 결정되기 전에는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에서 피고가 된 기여상속인은 상속재산 중 자신의 기여분을 공제할 것을 항변으로 주장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일부 사안에서는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돼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온 경우, 생전 증여에는 위와 같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생전 증여 재산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자산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즉, 유류분 반환청구 사건에서 기여분 공제 주장은 원칙적으로 불가하지만, 재산형성에 기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해당 재산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해당하는 특별수익에서 제외시켜 기여분 공제와 동일한 법률 효과를 볼 수도 있는 사안이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주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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