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부정적' 전망…"영업환경 악화"

▲ 소피아 리(왼쪽) 무디스 이사가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은행권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그램 나우드 무디스 총괄이사. 사진=연합뉴스

비이자 수익 성장부진
핀테크 기업과의 경쟁

고비용구조 상황 등 지적

'땅짚고 헤엄치기'식 
경영형태 벗어나
효율적 생산성 제고 시급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은행의 경영효율을 통한 생산성 제고가 시급하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소피아 리 무디스 이사는 16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은행권은 경제성장 둔화와 소비심리 부진,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비우호적 영업환경에 직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목되는 바는 이제 갓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무디스의 이 같은 분석은 새 정부가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국내 은행들이 소비자보호정책에 따른 비이자 수익 성장 부진, 핀테크 기업과 경쟁, 고비용 구조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 같은 분석 틀을 바탕으로 무디스는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2.5%, 내년 2.0%로 작년의 2.7%보다 낮게 전망하고 있다.

이는 상당수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개월 연속 상향 조정한 바와는 배치된다. 수출 호조와 설비 투자 증가로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데다 문재인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고려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10개 해외 IB들의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평균 2.6%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3월 전월대비 0.1%포인트 오른 데 이어 2개월 연속 상향조정된 것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공통 이유는 세계 경제 개선에 따른 수출 증대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며 우리 수출이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기 개선세가 여전히 충분한 수준은 아니며, 지속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공통 견해다. 이런 측면에서 무디스의 우려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기업의 매출 부진과 시장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의 자산 건전성에 압박이 예상되는 점은 대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인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 장기화로 우발채무가 늘어나리라는 예상인 것이다.
국책은행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할 것이라는 우려다. 박근혜 정부 출범 원년인 2013년 이래 공급과잉 업종에 대규모 대출을 해줘 시중은행보다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수준이라는 구체적 에시를 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은행의 생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대출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대마진도 줄어들 수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시작되면서 시중은행들은 더욱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은 경영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글로벌 기준에 맞춘 우리나라 은행의 생산성 향상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스마트 뱅킹’ 시대에 영업력, 효율적 경영, 금리, 서비스 제고 등을 통해 경쟁력 제고는 필수적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미국 등 10개 주요국 은행원의 평균 연봉을 각 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해 우리나라는 200% 정도로 조사 대상 10개국 가운데 중국(214%)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미국 은행원의 평균 연봉은 5만4760달러로 우리나라 은행원과 비슷하지만, 미국의 1인당 GDP(5만4412달러)가 우리나라의 2배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한국의 은행원들이 미국 은행원 연봉의 두 배 가까이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 행태인 예대마진 의존도를 줄이고 투자기법 향상 등을 통해 생산성 제고에 힘쓸 때라는 지적에 귀 기울 때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