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전형적인 중국식 과대포장 정책의 하나로 알았던 ‘일대일로’ 구상이 국제적 행사로 첫 삽을 뜨면서 관련 인프라 사업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14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일대일로 국제회의 개막식에서 이 사업의 중핵인 인프라 투자 기금에 1000억 위안(약 16조 원)을 더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풍부한 자금으로 독자적 경제권 구축을 가속하겠다는 당초 목적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 신실크로드…글로벌경제 중대변혁

一帶一路의 일대(One Belt)는 중국에서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뻗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이고, 일로(One Road)는 동남아를 경유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말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9~10월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이를 처음 제시했으며 이어서 실천 방안으로 새로운 투자은행(AIIB) 설립을 제안했다.  이 계획을 보면 유라시아 대륙부터 아프리카 해양의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 60여 개 국가가 고속철도망을 통해 연결되고, 해양 물류 허브 건설, 에너지 기반시설 연결, 금융 일체화 등을 목표로 하는 물류 네트워크 건설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일대일로 국제회의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칠레 등 29개국 정상과 130여개 나라, 70개 이상의 국제기관에서 1500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트럼프 시대 이후 각국이 무역보호주의로 돌아서고 있는 것과 관련해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의 협력 강화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안정적인 자원 운송로 확보, 과잉 생산 해소, 지역 균형 발전 등 겉으로 내세우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중국이 미국과 세계의 두 축이 되겠다는 외교, 군사적 야심을 부수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미국은 현재 한국과 일본을 축으로 중국의 동진을 막고 있는데 중국이 군사적인 충돌을 피하면서 육상 실크로드는 서쪽, 해상 실크로드는 남쪽으로 확대해 가려는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의 패권 장악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일대일로 전략 실행 과정에서의 인프라 구축, 수많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관련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성장시키는 순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어 관련국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신라인처럼 ‘동반성장의 약’으로

2049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 규모는 1조 400억 위안(약 185조 원)으로 추정되고 중국은 AIIB를 통해 인프라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AIIB는 2015년 영국의 가입 선언을 시작으로 독일, 호주, 한국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설립 멤버로 받아들이게 됐으며, 3월 캐나다와 13개국이 추가 회원국이 되면서 회원국은 총 70개국으로 ADB의 회원국 수 67개국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인접대국의 호화판 잔치를 놀부네 집 잔치 바라보는 흥부처럼 시큰둥하고 있지만 일회성 잔치로 치부할 수 없는 중대한 글로벌 경제 여건의 변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어차피 국제경제의 흐름을 뒷받침하는 물류는 이어지고 연결되어야 그 효용성을 발휘하고 중국이 주도해 구축된 육로, 해로를 모든 국가가 다 같이 이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물류체제 정비를 통해 정치 경제적 패권을 장악하고 경제대국화 하려는 정책을 논 사는 이웃사촌처럼 데면데면 대할 것인가? 아니면 신라인처럼 새로운 실크로드를 활용해 동반 성장을 이루는 약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최근 사드배치문제로 잠시 소원해진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하루 빨리 정상화시키고 AIIB 투자사업에 적극 동참해 새로운 인프라 건설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복구되는 신 실크로드를 활용해 무역신장을 통한 협력과 동반자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