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철 언론인
대통령의 의지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문 대통령에게 인사와 소통의 자유를 준 ‘문재인 3철’(양정철, 전해철, 이호철)의 사심 없고 과감한 무욕(無慾)이 있었다. 전 정권 문고리 3인방에 넌더리를 쳐온 상황에서 새 정부 ‘3철’의 용퇴는 대통령에 깊은 신뢰를 보내게 되는 요인이 됐다.
‘3철’은 문 대통령을 야인시절부터 십여 년을 그림자처럼 보좌해왔다. 정치권은 당연히 이들이 새 정부의 실세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미리부터 견제를 해왔다. 하지만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이들은 “역할은 끝났다”며 깨끗하게 2선으로 물러났다. 이들의 용퇴는 새 정부에 대한 믿음을 안겨주는데 일조했다.
일선에서 물러나 국가원로로서 자신의 경륜을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려는 지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은퇴자 중에 여생을 밝은 세상을 가꾸는데 일조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천년만년 살 것인 양 대대손손 잘 살겠다며 추잡하게 돈에 끌려 다니는 치졸한 속물들이 흔하다.
인생은 창해일속(蒼海一粟)이다. 푸른 바다에 보잘 것 없는 좁쌀 한 톨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蘇東波)가 유배길에 적벽가에 이르러 도도히 흐르는 장강의 물결을 바라보며 읊은 ‘적벽부(赤壁賦)’란 시 구절이다. 그 옛날 조조와 주유가 천하를 놓고 다투었던 적벽대전을 회상하다 허망한 심사를 담았다. “그 영웅호걸들 지금은 다 어디에 있는가? 그 수많은 병졸들이 저 물결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모든 것이 세월에 지워져 없는데 우리네 인생 하루살이와 같고 푸른 바다에 한 톨의 좁쌀 같구나(중략)”라고 한탄했다.
욕심을 버리면 명예를 얻는다. 최소한 국민을 위해 일 한다는 공직자만이라도 무겁고 더럽고 끝없는 ‘욕심의 바다’에서 헤어 나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보람과 명예라는 ‘상’을 받자. 후손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이 명예라고 실천으로 보여주자.
황성철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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