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일 행정학박사·제천시통일안보전문관

■ 합포해전과 적진포해전

이순신의 함대는 추격을 시작했다. 아직 이순신의 함대를 발견하지 못한 일본 군선을 추격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드디어 일본수군의 군사들은 조선수군의 위세에 눌려 군선을 버리고 육지로 도망했다. 이순신 함대는 빈 군선을 불사르고 밤중에 건너편 창원의 남포(마산 합포구 구산면 남포리)에 이르러 정박했다.

5월 8일 새벽, 남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순신의 함대는 다시 첩보를 받았다. 당시 승선해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저도(猪島)를 지나 고성 적진포(赤珍浦)에 이르렀다. 아직도 일본군은 잠에서 깨지 않은 시각이었다. 일본수군의 배는 대선과 중선이 적진포구에 정박하고 있었으며 총 13척이었다. 갑작스런 조선수군의 공격에 놀란 일본군은 이미 늦었음을 알고 전선을 포기하고 조총공격을 시작했다. 이순신 함대는 13척의 텅 빈 군선을 모두 불살라 바다에 침몰시켜 버렸다.

승리도 습관이었다. 가는 곳마다 승리였다. 승리를 해본 사람이 다시 승리할 수 있다. 이순신의 함대는 드디어 전장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순신은 단호하면서도 준엄하고 병영을 이탈한 군사를 참하고, 군령을 어기면 예외 없이 처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순신의 명령에 군사들은 따랐고, 연습한대로 작전은 수행됐다. 승리는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전장은 죽이지 않으면 죽는 치열한 현장이다. 자신의 목숨을 순순히 내어주는 자는 없다. 죽여야 사는 곳이 전장이다. 그만큼 강해야 하고,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군령과 위엄이 바로서야 한다.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수군은 이번 전투에서 대선 26척, 중선 9척, 소선과 기타 선박 9척을 수장시켰다. 여수에서 거제도에 이르는 넓은 바다에서의 승리였다. 남해 바다는 조선수군에 의해 장악된 전초전이었다. <계 속>

유인일 행정학박사·제천시통일안보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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