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가
우리 전래동요 중에 ‘앞니 빠진 중강새’라는 재미난 노래가 있다. 코흘리개 시절 놀림을 당하거나 상대를 놀릴 때 불렀던 기억이 생생한 편이다. 모두 3절로 된 가사는 쉽고도 명료하다. “앞니 빠진 중강새 우물곁에 가지마라 붕어새끼 놀랜다 잉어새끼 놀랜다/윗니 빠진 달강새 골방 속에 가지 말라 빈대한테 빰 맞을라 벼룩이한테 채일라~/앞니 빠진 중강새 닭장 곁에 가지마라 암탉한테 채일라 수탉한테 채일라.” 아이들이 이를 뽑을 때 두려움과 무서움을 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치과에 가려면 머뭇거려지니 단순히 어린이들의 엄살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듯 싶다.
동요에 나오는 중강새와 달강새란 새의 이름이 아니라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됐다. 중강새란 ‘앞니가 빠져 중간이 비어 보인다’거나 ‘이가 빠져서 발음이 중간에 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달강새란 ‘이가 달랑달랑 매달려 있다가 빠진다’는 단어로 보는 시각이 많다. 둘 다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고 시중에서 그럴 듯한 해석을 붙여서 통용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미 치아의 절반 이상을 뽑은 내 입 속 환경은 엉망에 가깝다. 워낙 관리가 부실했던 데다 잇몸이 들쑤시고 아파도 진통제나 항생제를 먹으며 근근이 버텨 왔으니 예견된 결과가 빚어진 것이라고 면박을 주어도 할 말은 없다. ‘회사일 하기에도 바빠 죽을 지경인데 언제 치과에 가겠냐’고 스스로 합리화한 것도 ‘앞니 빠진 중강새’ 신세가 되는데 일조한 것임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서는 남은 치아라도 잘 보존해서 쓰려고 노력중이기는 하다. 많이 늦었다는 후회가 들지만 이제 와서 어쩌랴. 앞으로 할 수 있는데까지 해 보는 수밖에 없으니.
아내는 자진해서 치과에 잘 가는 편이다. 지금까지 잇몸 치료와 스케일링 몇 차례 한 것이 전부다. 최근 치과에서 “나이 들수록 치아가 약해지고 잇몸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는 권고성 주의 사항을 들은 뒤로는 더욱 열심이다. 아내가 3남매의 치아 건강에도 신경을 써온 때문인지 가족들의 구강 관리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내 경우 아주아주 가끔 치과에 가면 원장님으로부터 경고를 듣기에 바빴다. “제발 치아 관리 좀 하슈. 이러다간 이 다 뽑아야 할지도 몰라. 에구, 잇몸이 다 망가져서 회복이 불가능한 판이네. 틈나는 대로 병원에 와야 합니다” 한바탕 폭풍 잔소리를 듣고 나면 일부러 어깃장 놓듯 다음에 가야 할 치과행을 미루기도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히 예상이 되는데도 스스로의 치아 관리를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 조상들은 신체의 오복(五福)으로 눈, 위, 피부, 치아, 모발을 꼽아왔다. 이중 특히 치아 건강을 으뜸으로 삼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튼튼한 치아로 골고루 음식물을 섭취해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자는 바람이 크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막상 10개가 넘는 이가 빠진 내 입장에서는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장 딱딱한 음식은 씹기가 어려워 기피하게 되고 자연스레 부드러운 식품만 찾게 되니 난감하다. 인생 100세 시대라는데 벌써부터 삐걱대면 안되는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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