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중국 송대의 개혁 정치가 왕안석(王安石)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는 금기시되는 이름이었다. 조선 역사에서 개혁을 추진하려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왕안석이라는 비판을 들었고 그 비판을 두려워했다. 요즘말로 치면 개혁·진보진영에 '종북·좌빨'이라고 이름붙이는 것과 비슷했다.

왕안석의 개혁신법은 송나라의 재정을 튼튼히 하고 민생을 견실히 해서 북방의 강적 요나라를 제압하려고 시행됐다. 왕안석이 과거 자신의 지방관 경험에 바탕, 전국으로 확대·시행함으로써 초기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차이가 큰 전국에 일괄적이고 급진적으로 시행하다보니 오히려 개혁의 수혜자가 돼야 할 민생이 더 힘들어지게 됐다.

대상인·지주 등 기득권층은 이러한 민생고를 들어 개혁 신법의 폐기를 주장했다. 왕안석의 실각과 함께 집권한 보수파(구법파)는 신법을 전면 폐기했다. 이에 같은 구법파의 일원으로 역시 신법에 신랄한 비판을 가했던 소동파는 완전 폐기보다는 일부 실효성있는 정책의 유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법파들은 소동파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다시 신법파가 재집권하면서 구법 폐기, 신법 전면 시행으로 신법당-구법당 간 당쟁은 한층 격화된다. 그결과 송나라는 안팎으로 무너지면서 북방의 신흥강자 금나라에 의해 강남으로 쫓겨 가게 된다. 이런 역사의 트라우마로 인해 조선시대 내내 개혁의 추진 자체가 금기시됐고 그러한 개혁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왕안석이라는 비판을 듣게 된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이 지났다. 전광석화와 같은 대통령 업무지시와 인사조치로 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적 지지도도 높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과거 정부의 잘못은 시정해야 하지만 적실성 있는 정책은 승계·발전시켜야 한다.

새 정부가 여러 논란이 있었던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내실있게 운영하는 방향으로 존치시킨 일은 그런 면에서 온당한 일이다. 10여년전 이명박 정부의 ABR(Anything But Roh Moo Hyun)로 존재의 의미를 부정당했던 현 집권세력 아니었던가. 새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소동파의 충고로부터 개혁의 지혜를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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