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야유는 역사가 깊다. 1998년 한나라당 의원이 지방선거 지원유세 도중 "김대중 대통령은 거짓말을 많이 해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고 했다. 법으로 다스릴 일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는 모욕죄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대변인은 "국가 원수에게 비속어나 천한 농담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했는데 그 민주당이 야당이 되자 똑같이 심한 소리들을 쏟아냈다.

어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쥐박이"라고 했고, 2012년 새해 사자성어로 '명박박명'을 트위터에 올린 의원도 있었다. 미인박명에 빗대 이 대통령을 향해 빨리 죽으라는 저주의 말을 퍼부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태어나선 안 될 존재라는 뜻의 일본말 '귀태'에 비유한 의원도 있었다.

■ 품위갖춘 ‘조롱’은 때론 청량제 역할

어느 보수 논객은 노무현 대통령 자살 직후 시민들의 애도를 '거리의 환각파티'라고 했다. 반면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나오는 한 사람은 2013년 트위터에 박 대통령을 겨냥해 "그 애비도 불법으로 집권했으니, 애비나 딸이나"라는 글을 올렸다. 도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오면 이들은 서로 "너희가 우리를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고 한다. 증오가 증오를 낳는 악순환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인터넷 TV와 인터뷰에서 "서울구치소는 오늘 빨리 변기 교체를 해놔야 한다"며 "그분은 변기가 바뀌면 볼일을 못 보기 때문에 인도적 차원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방 행사 때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들어 조롱한 것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구치소에 간 박 전 대통령에게 제일 괴로운 과정은 머리핀 뽑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 역시 올림머리에 대한 조롱이다.

권력자에 대한 풍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한다. 조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때가 있다. 권력이 살아있을 때 야유나 조롱은 품위만 갖추면 때로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박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처참한 처지에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패해서 쓰러진 사람 위에 올라타고 비수를 꽂으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면 무엇이 저들의 심성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혀를 차게 된다. "혀 밑에 도끼가 있다"고 했다. 많은 국민은 이들 정치인을 보면서 그들 인격의 수준을 읽을 것이다.

■ 도넘은 정치인 막말 인격 의심케

박 전 대통령이 592억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등 18가지 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검사들에 의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특검이 적용한 삼성의 433억원 외에도 롯데에서 받았다가 돌려준 70억원 SK그룹에 요구한 89억원도 뇌물 혐의에 포함했다.

대한민국 최고위 공직자인 대통령이 공직범죄 중 죄질이 나쁜 뇌물수수 혐의로 피고인석에 서는 장면을 바라봐야 할 국민은 착잡하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18가지나 되는 혐의가 적용되지만, 불행한 사태의 근본 원인은 국리민복을 위해 사용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최순실 같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썼다는 점이다. 대통령 주변에서 이를 감시하고 견제했어야 할 사람들은 한통속이 되거나 방조자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면서 정작 국정농단을 감시할 자리에 있었음에도 묵인·방조·은폐 혐의를 받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검찰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 우 전 수석은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감시를 위해 설치한 특별감찰관제도 무력화시켰다. 특임검사를 임명해 우 전 수석을 다시 수사하라는 여론을 무시하고, ‘봐주기 기소’를 강행한 것은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기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