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홍 시사칼럼니스트
■ 싼집 찾아…‘집값 엑소더스’ 심화
수도권 유출인구가 늘어난 것은 특히, 서울의 대규모 인구이탈 영향이 컸다. 경기도만 보면 2015년 순유입 인구가 34만3000명이지만, 서울에서 옮겨온 인구는 57만1000명으로 22만8000명이나 많았다. 서울에서 수도권 바깥으로 빠져나간 이들의 다수는 세종시나 혁신도시로도 이동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가족의 이동이 한 원인인 데다, 높은 주거비 탓에 탈(脫)서울 인구의 이동이 세종·충남 등 경기 이외 지역까지 확대된 것이기도 하다. 치솟는 전셋값을 피해 서민들은 서울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밀려났으며, 아예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집값 때문에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것도 번잡하지만, 장거리 통근과 통학의 불편함도 뒤따른다. 수도권 인구가 서울이나 기타 지역으로 통근·통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점차 늘었다. 수도권 내에서는 2010년 이동시간이 평균 35.4분 걸렸지만, 2015년에는 37.7분으로 약 2분 길어졌다. 수도권 인구 중 회사나 학교까지 1시간 넘게 걸리는 이들은 2010년 329만1000명에서 2015년 392만9000명으로 약 60만명 증가했다.
서울 안에서 통학·통근 시간도 늘어났다. 2010년 평균 36.5분에서 2015년 39.3분으로 3분가량 증가했으며, 통근시간만 놓고 보면 통계 시작 후 최초로 40분을 돌파했다. 가장 덜 걸리는 전남(19.2분)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같은 서울이지만 직장이나 학교까지 이동에 1시간 이상 걸린 인구도 늘고 있다. 2010년에는 143만명으로 전체 통근·통학인구의 24%였으나, 2015년엔 165만4000명(전체의 28.8%)으로 늘었다.
■장거리 통근 삶의질 저하…대책시급
서울의 집값 상승으로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난 서민들이 장거리 통근·통학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경기도나 인천에서 살면서 아침마다 서울로 유입되는 인구는 5년간 4만명 이상 늘었다. 수도권인구 10명 중 1명은 여러 교통수단을 갈아타야 회사나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2010년 125만1000명에서 2015년 127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인천에서 서울로의 통근·통학 인구도 2010년 17만3000명에서 2015년 19만1000명으로 늘었다. 경기·인천 지역을 합하면 5년 만에 4만4000명 늘어난 것이다.
서울 바깥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는 직장이나 학교를 서울에 잡아두고도 거주를 위해 서울 밖으로 이동한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지역 전셋값이 많이 오르면서 서울 바깥으로 옮겨간 인구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 비해 인천이나 경기 김포·의정부·양평 등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집값 때문에 일단 서울을 탈출했지만, 이들 대다수는 장거리 통근·통학으로 출퇴근길에 시달리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난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날로 크게 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인구 1000만명 사수(死守)를 위해 특단의 대책까지 세운다고 법석을 떨었으나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수암(守岩) 문윤홍 시사칼럼니스트.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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