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소원, 동주를 통해 시대를 보는 감독의 시선을 느낀다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2005년 12월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를 기억하시나요? 이준익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는 작품성과 함께 개봉 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중성을 인정받았죠. 그리고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이준기는 ‘신드롬’이라 불릴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 후, 이준익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거나 혹은 익살스럽게 그려냈습니다. 오늘은 기억에 남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 중 3가지를 소개합니다. 

 

■ 라디오스타 (2006년 개봉)

2006년 개봉한 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영화 ‘라디오 스타’는 자신의 전성기를 잊지 못하는 한 스타와 매니저의 이야기인데요. 전작 왕의 남자만큼이나 흥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최곤-박민수의 ‘케미’와 영월의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로 작품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라디오스타는 영화만큼이나 OST도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최곤이 부른 ‘비와 당신’은 그 후, 노브레인, 럼블피쉬 버전이 인기를 얻었죠.

또한 최곤(박중훈)의 라디오 방송에서 The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라는 노래가 흘러나온 적이 있었는데 ‘비디오 매체 때문에 라디오 스타들은 잊혀졌다 혹은 사장됐다’라는 뜻으로 최곤의 상황과 영화의 정서를 말해줍니다.

영화 후반부 최곤은 라디오를 통해 떠나버린 민수에게 다시 돌아와달라고 울먹이는데요. 이때의 두 배우의 연기는 지금도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소원 (2013년 개봉)

‘소원’은 2013년 개봉한 영화입니다.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 원작이며, 그 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주인공 ‘소원’역을 맡은 아역배우 ‘이레’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죠. 도가니 등 아동 성폭행을 다룬 영화가 가해자들의 ‘범죄’에 중점을 다루었다면, ‘소원’은 주인공과 그 가족이 상처를 ‘회복’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마지막 범인이 판결을 받는 장면은 정말…

원작 소설과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2008년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이른바 ‘조두순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범행의 잔인함은 물론, 술을 마신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돼 조두순은 12년형을 선고받았는데요. 그 후, 성폭행 피해 처벌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9년이 지났고 범인 ‘조두순’은 3년 뒤 출소할 예정입니다. 피해자는 평생을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되는데 범인이라는 사람은 고작 12년의 벌을 받았습니다. 개봉 당시, 현실과 닮았던 그 영화가 사회에 던진 문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 동주 (2016년 개봉)

작년에 개봉한 영화 ‘동주’는 흑백 영화입니다. 감독은 한 수상소감에서 흑백·저예산 영화가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받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누구나 사랑하는 윤동주 시인과 독립운동가 송몽규 선생의 일생을 영화화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영화 내에서 배우 강하늘과 박정민은 그 시대를 살아간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 그리고 젊은이들의 고뇌와 삶을 담담하게 표현했습니다. 지난 4월. 저예산·독립 영화를 위한 들꽃영화상에서는 이 두명이 동시에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그 후, 배우 박정민은 ‘동주’를 통해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실제로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 송몽규 선생은 일본에서 항일운동을 하다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됩니다. 그리고 윤동주는 1945년 2월, 송몽규는 1945년 3월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생체실험을 했다는 의혹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화 곳곳에서는 ‘별 헤는 밤’, ‘쉽게 씌여진 시’ 등 윤동주 시인의 시를 배우 강하늘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시 위에 청년 ‘동주’의 삶이 시각적으로 더해져 더욱 풍성하고 장면 하나하나 몰입하게 되죠.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