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신정부 들어 실효성 있는 지방 중점개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혁신도시 개발, 경제자유구역 지정,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균형개발을 목표로 추진됐던 개발사업들의 시답잖은 효과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라고 여겨진다.

지역개발을 바라는 주민들의 성화가 빗발치지만 정부는 예비타당성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뚜렷한 성과가 미약한 분산개발 기치만 들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우리를 따돌리고 앞서 가고 있으며 동남아 국가들도 바로 뒤쫓아 오고 있다.

■ 대한민국 먹여살릴 대형 프로젝트

변화하는 국제여건과 산업화 발전단계에 맞춰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산업시설을 중부 이남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개발정책의 밑그림을 선택과 집중이라는 특단의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공유하고 있는 환황해권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에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해 산업 간 융복합 용지로 조성할 수 있는 새만금 지역 개발은 정책적으로 선택받을 후보군의 맨 앞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핵심사업으로 선택돼 집중 개발하면 그 효과가 한 지역에만 미치는 게 아니라 인근 지역에 고루 파급돼 후속개발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새만금 사업은 30년 공사 끝에 최종단계인 내수면 물 빠짐을 기다리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새 신랑을 기다리며 분장만 거듭하던 신부는 어느새 청춘의 발랄함은 쇠했지만 대신에 솜씨 좋은 주부로 변신해 변화하는 여건에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오지랖 넓은 일군이 돼 있다. 한중 FTA 발효 후 이제 큰 시장으로 바뀐 중국을 겨냥해 산업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새만금지역은 김치로 치면 완전 숙성된 묵은지와 같아서 솜씨 있는 주부가 끓이기만 하면 새 맛으로 식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지역에는 종횡으로 연결하는 내부 도로망, 서해안 항만 중 수심이 좋아 대형전용선의 접안이 가능한 새만금항이 건설되고 있다. 치열한 물류경쟁으로 글로벌 경쟁을 극복해야 하는 무한경쟁시대에 원활한 내륙운송망 글로벌물류의 네트워크가 될 새만금항 등 물류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는 새만금 지역의 광역적인 존재가치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 라스베이거스처럼 기회의 땅으로

최근 서울-양양 동서고속도로 건설 시 사용된 안전하고 경제적인 터널공사 기술로 꽉 막혀 있는 중남부 전주-대구 동서고속도로를 개통하는 방안도 새만금 인프라의 일환으로 검토해 볼만 하다. 경북과 전북이 소통하고 포항, 대구 등 경북지역 산물이 새만금항을 이용해 중국과 직접 교류한다면 지방간 협력 발전의 새로운 패턴이 되고 지역산업 발전의 협력 계기를 만들어 일자리와 부수적 수요를 창출하는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새만금사업은 대한민국 전체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이기에 희미한 올드 보이가 아니라 떠오르는 아침 해로 보는 민관의 인식의 전환이 요망된다. 새만금은 농업용지, 산업용지, 관광용지 등으로 수차례 용도를 바꾸는 도상연습을 해왔고 확정된 최종안에는 한중 FTA, 리쇼어링, 주문형 농업생산 등 새로운 기회를 담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주변 지역의 인구가 적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정부가 개발의지를 갖고 핵심개발사업으로 추진하면 사람도 살기 어려운 불모의 땅에서 성공신화를 이룬 라스베이거스, 두바이보다 훨씬 여건이 잘 갖춰진 새만금 개발은 성공을 약속받고 시작하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새만금 지역이 희망찬 환황해권 개발의 중추로 변환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조적인 참여와 정부의 주도적인 추진이 선결요건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신정부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청와대 산하기관으로 추진체계 일원화, 공공주도 매립, 항만·철도 등 인프라 적기 건설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하니 민간부문에서도 지혜를 모아 새만금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도록 협력하고 신규 투자사업에도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