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철 언론인

민주노총이 총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정부가 약속을 어겼거나 대단히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실수를 저질러서 대화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서 2020년까지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장에 임금을 올리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것은 쉽게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여러가지 선 조치 돼야할 문제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저시급 1만원을 주장하기 이전에 현재의 최저시급 6470원도 못 받고 땀 흘리는 젊은이들부터 신경 써야할 것이다.

■ 일에는 단계가…‘만원 시급’재촉 무리

일의 성사에는 거쳐야할 단계가 있다. 모든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결과물부터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다. 일단은 갓 출범한 새 정부에 대한 예의상으로라도 조금은 기다려 볼 일이다.

본시 선거공약이란 현실성보다는 과장되고 부풀리기 마련인데 문 대통령은 시행 시점을 2020년으로 잡았다. 그 점을 감안하면 출범 한달 남짓한 정부에게 이런 식으로 조급하게 재촉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도삼이사(桃三李四), 즉 복숭아 나무는 3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고 자두는 4년이 걸린다는 의미로, 무엇이든 쓸 수 있을 만하게 완성되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세상 이치일 것이다.

또 성급하게 임금을 인상하다 보면 소 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에게 선별적으로 적응할 시간과 여건부터 마련해 주는 것이 선행돼야 마땅하다.

정부와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기업 등 모두에게 숨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시간을 두고 차분히 하나하나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14개 시·도와 1천개가 넘는 학교의 비정규직 직원들의 파업 동참은 심각히 우려스럽다. 한창 영양공급이 원활해야 할 나이인 초·중·고교학생 수만 명이 도시락을 싸들고 등교하고 있다 한다. 개중에는 우유와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도 많다는데 영양부분도 문제지만, 이 무더운 날씨에 자칫 상한 음식으로 식중독이라도 발생한다면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죄를 짓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챙겨 줘야하는 학부모 역시 어느 회사의 비정규직 일수도 있으니 서글픈 아이러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만이라도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방과 후나 쉬는 날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 국내외 현안 감안…자제해 주길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진용도 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비교적 무난히 마쳤고, 이제 더 껄끄러운 중국과 한판 겨뤄야 한다. 국가적 자존심을 내걸고 치러 내야할 일본과의 샅바싸움이 대기 중이고, 북한 핵 문제 역시 민족의 사활이 걸려 있다. ​국회에서는 추경예산 승인을 두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각 부처 장관 후보들도 청문회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 채 발목이 묶여있다. 한마디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정부는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첩첩이 쌓인 난제가 앞에 가로놓인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편할 리가 없다. 그저 빨리 조각을 완성해서 최대한 동력을 끌어올려 잘 헤쳐 나가주길 바라는 마음은 온 국민이 한결 같을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현실을 감안해 민주노총은 좀 더 자제해 주기 바란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급히 마시면 물도 체한다. 정부가 안정되고 외교문제가 일단락 될 때까지 만이라도 우리 모두 차분하게 참고 기다려보자. 국민의 기대에 어긋날 정부는 아니라고 믿고 싶으니까.

황성철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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