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 신화는 실화를 쓰는 초간
초기 부족 시조는 대부분 신화적 기원에서 시작한다. 가야 시조인 김수로왕도 예외가 아니며 그 신화는 다음과 같다. “아직 나라가 없던 때 가락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각 촌락별로 흩어져 살고 있던 어느 날, 주민들이 모여 기원을 드렸더니 하늘에서 붉은 보자기에 싸인 금빛 그릇이 내려왔다. 그 속에 둥근 황금색의 알이 6개 있었는데 12일이 지난 뒤 이 알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들 가운데 키가 9척이며 제일 먼저 사람으로 변한 것이 수로였다. 주민들이 가락국의 왕으로 받들었고 나머지 아이들도 각각 5가야의 왕이 됐다.”
이와 함께 김수로왕 신화에서 부인인 허황옥(許黃玉)에 대한 신화적 이야기도 중요하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따르면 허황옥은 본래 아유타국(월지국)의 공주인데 부왕과 왕후가 꿈에 상제의 명을 받아 가락국 수로왕의 배필이 되게 했다. 공주가 배를 타고 김해 남쪽 해안에 이르자 수로왕은 신하들을 보내어 맞으며, 황후로 삼았다고 전한다.
■ 해상 교류에서 시작된 가야 문화
두 신화적 얘기에서 외부 해상세력을 주도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먼 바다의 해상세력과의 연맹을 시사한 것이 바로 ‘허황옥’의 이야기다. ‘삼국유사’의 기록처럼 허황옥이 정말로 아유타국에서 왔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허왕후가 외국으로부터 김해에 정착한 이주민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허왕후의 이주 및 혼인 설화와 약 2천년이 지난 현재, 아직까지 남아 그녀의 능 앞에 서있는 석탑에 얽힌 이야기는 가야가 성립시기부터 외국과 교류했으며 바닷길을 거쳐 새로운 선진문물을 수용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하고 있다.
또한 가야가 고대국가 형성에서는 한반도내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철기문화가 가장 먼저 발전하고 서역 유물인 유리 장식품이 가야 고분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해상세력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허황옥의 이야기는 가야가 ‘외부 해상세력과 연계’됐다고 추정하는 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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