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 개선③] 미국 '발주방식 다양', 일본 '입찰자수 최소화'

[연재순서]
①입찰제도, '이제는 바뀔 때다'
②준비 안 된 '순수내역입찰제'
③선진국 발주제도, 뭐가 다른가(끝)

국내 건설산업의 명줄을 잡고 있는 발주제도는 낙찰자 선정의 변별력 상실로 인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면서,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차용하자는 주장이 거세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발주제도는 ‘다양성’과 ‘자율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발주제도는 지나치게 ‘획일화’, ‘규정화’돼 있어 건설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며 선진국들의 정책을 참고했다며 지난 19일 공청회를 통해 '정부 계약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되레 선진국들의 좋은 정책을 국내에 왜곡시켜 적용해 오히려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선진국 발주제도, ‘다양성’ 인정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건설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 발주제도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발주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으로, 기술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개별 발주자에게 위탁시켜 놓았다는 점이 국내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특히 주정부는 별도의 기준을 두고 연방정부가 제시한 기본 원칙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유연한 발주방식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일례로 텍사스주의 경우, 발주자는 공공건물 공사에 ▲경쟁입찰방식 ▲기술·가격분리입찰방식 ▲시공책임형 건설관리방식 ▲기술지원형 건설관리방식 ▲설계시공일괄방식 ▲주문계약방식 등 6가지 방식 모두를 선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발주자가 공사규모가 클수록, 기술력과 수행역량을 정밀하게 평가하고 적정한 경쟁구도의 유도를 위해 입찰참가자 수를 적정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미국보다 더욱 다양한 발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설계와 시공 분리는 물론 일괄방식, 그리고 준공 후 유지관리까지 게약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식을 허용해 왔다.

특히 유럽연합은 최고가치방식이나 대안입찰방식에서 가격이 주요한 평가 기준이긴 하지만 낙찰자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제도와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 역시 낙찰자 선정방식은 우리나라처럼 제한적최저가, PQ적격심사, PQ+최저낙찰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발주자가 예정기 이하(최소 66%에서 최고 85%)로 입찰한 참가자는 원칙적으로 낙찰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일반화 돼, 최저가 논란이 빈번한 국내와 차이를 보인다.

또한 입찰참가자수를 결정 방법도 관례적으로 지명경쟁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발주자가 15~20개 정도를 지명해 경쟁에 참여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지명된 기업들은 관례적으로 3~4사가 조인트벤처를 형성해 실제 입찰에 참가하는 수는 4~5개 정도가 돼, 국내의 과다경쟁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다.

특히 대형공공투자사업의 경우, 일본도 발주자가 예정가격을 산정하지만 낙찰자 선정시 견적입찰을 통해 제시한 입찰가격을 계약가로 한다. 또한 공법을 입찰자가 제시하기 때문에 공법변경이나 물량 변경 등으로 인한 설계변경의 책임을 입찰자가 지게 된다.

◇사후 예측가능한 제도 운영 절실

앞서 살펴본 선진국의 발주제도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으뜸은 단연 ‘다양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발주 대상 사업의 다양성과 발주기관 및 사업환경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입·낙찰 및 계약방식을 다양화하고 발주자의 선택권한을 넓히는 방안이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행이 최근 나온 개선안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하지만 시행될 때까지 어떻게 바뀔지 몰라 속단은 이르다”고 진단했다.

현대건설의 한 임원진도 “국내의 발주제도는 모든 것이 너무 정형화 돼 있다”며 “현재의 가격만 넣는 구조로는 건설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 당장의 변화로 인한 손실만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며 “업계가 더 공부하고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업계의 의식변화를 주문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선진국의 발주제도들은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국내의 발부제도는 단편적이고 문제발생 시 그를 막기위한 땜질식 정책이 많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올해만 해도 벌써 수 차례 제도개선안들이 나왔지만, 업계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다양한 계층의 입장을 담다보니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린 정책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을 뿐이란 분석이다.

지난 19일 공청회에서 한양대 김수삼 교수는 "지난 20년동안 집안 싸움하느라 아무것도 못 이룬 우를 다시 하지 범하지 않아야 한다"며 업계를 긴장시켰다. 김 교수의 직언을 거울 삼아, 업계의 결단과 단합이 발주제도 선진화를 현실화하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