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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수의 물류문명史] 가야, 우리나라 海洋力의 원천(2) - 남북 해로를 장악하다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가야 각 지역에 정치체제가 정착된 것은 약 2천년 전이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가야는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에 문물을 전수해 주었음을 보여주는 유적과 물증이 많다.

무려 4천500~3천년 전 신석기시대 유적인 김해 수가리 조개무지, 부산 동삼동 조개무지, 통영 연대도 조개무지 등에서 일본과 교류를 가졌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빗살무늬 토기는 규슈 토기발생에 영향을 미쳤고, 흑요석이라는 규슈의 화산암은 가야에 들어와 화살촉으로 가공됐다. 약 3천~2천년 전 청동기시대로 진입하면서 그들과 교류한 증거는 보다 확실해지고 있다.

큐슈 북부에서 우리 무문토기와 세형동검이 출토되고, 최초의 금속기인 청동기는 물론 쌀농사까지 전파됐다. 규슈 북부에 도착한 청동기 문화인들은 고인돌로 무덤을 만들고, 마을까지 똑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울산 검단리와 진주 남강 유적 등에서 발견되는 환호마을은 큐슈 북부 여러 지역에도 등장해 가야가 최초로 문화를 전해 준 루트였음을 알 수 있다.

■ 일본에 최초로 문화·문물 전수

가야가 해양 국가였던 사실은 중국 역사서에도 뚜렷이 남아있다. 기원전 108년 한(漢)은 위만조선을 멸하고 한사군을 설치했다. 한사군 중의 하나인 낙랑과 남해안지역과의 교류는 본격적인 가야사의 시작을 나타낸다.

3세기 후반에 편찬된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는 한(韓)의 소국들이 계절마다 낙랑군에 왕래해 인장과 의관을 받은 자가 천 여 명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진한의 군장이었던 염사치는 변한포(弁韓布) 1만 5천필을 낙랑군에 가져갔는데 변한이 바로 가야다. 이는 낙랑과 가야가 외교관계를 통한 교류가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의 교통수단과 한반도 북쪽에 고구려가 위치하고 있었음을 생각하면 당연히 낙랑과는 북측 해로를 통해 교류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가야 건국 초기부터 남측에 있는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 축적된 해양력이 그 기반이 됐을 것이다.

■ 국제통상 해로의 조정자로

또한 동 사서에 황해도의 대방군에서 일본열도로 가는 바닷길의 중심에 김해의 가야국이 존재하고 있어 김해·마산·고성 등은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고대 동아시아 국제통상 해로의 중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추정은 김해 회현리 조개무지에서 화천(왕망전)이 출토돼 사실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화천은 중국 신(新)나라를 세운 왕망이 찍어낸 동전으로 김해 외에도 평안도, 황해도, 규슈, 오사카 등지에서 출토되고 있어 중요한 추단의 실마리가 되고 있다. 3세기경 소규모 선박으로 황해도에서 일본을 왕복하는 데는 2년 반 정도가 소요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번 왕복하는데 2년 이상이 걸렸던 바닷길의 곳곳에 10년 밖에 통용되지 않은 화폐가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화폐가 한국과 일본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화천의 궤적은 곧 고대 동북아시아 교역로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삼국지’ 위서 왜인전에서 “대방군에서 배를 띄워 서해안을 따라 남해안으로 접어들어 처음으로 구야한국(狗邪韓國)에 닿고 천리 바닷길을 건너 쓰시마, 다시 천리를 건너 이키, 다시 바닷길 천리를 가서 규슈 북부의 해안에 도착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구야한국이란 김해, 곧 가야를 말한다. 위에 제시된 지역들이 화천이 출토된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이 바닷길은 기원전후에서 3세기까지 고대 동아시아권의 무역항로였고 구야한국(가야)은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무역의 중개자였다. 패총의 유물과 고대의 문헌이 가야가 중개무역을 주도적으로 수행했으며 그 중심이 김해지역으로 이곳이 오늘 날 부산항과 같은 국제무역의 허브항이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역에서 거래된 물품을 보면 가야에서 생산된 철을 마한과 진한은 물론, 멀게는 대방군과 일본으로 수출했고, 동시에 중국과 일본의 문물이 교환됐으며 가야는 해상교역을 통해 풍족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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