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선거서 사측 부당노동행위 정황 녹취록 공개
박 위원장 "노동부에 이르면 26일 특별근로감독 요구할 것"

▲ 전금노 KB국민은행지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사측 선거개입 부당노동행위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지난해 치러진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 사측이 개입한 정황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공개하면서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홍배 후보자가 노조위원장에 선출됐지만, 당선이 무효가 되는 등 노동조합 선거에 사측의 조직적인 개입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사측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입증하는 내용의 녹취 자료를 제시하면서 노사 간 갈등은 고조될 전망이다.

전금노 KB국민은행지부는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사측의 선거 개입 정황을 담은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노동조합 선거를 앞두고 사측이 우호적인 특정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강요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전금노 KB국민은행지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사측 선거개입 부당노동행위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선거 개입 정황을 담은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송호길 기자

지난해 12월 노조 선거에서 당시 박홍배 후보는 49.15%의 지지를 받아 당선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후 10일 뒤 선거관리위원회가 문자(SMS) 발송 등을 이유로 당선 무효를 공고했다. 이후 선관위는 3월 이뤄진 재선거에서 박 위원장 후보자 자격을 박탈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재선거 전날 법원에서 승소해 후보자 지위를 보전하고 58%의 과반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두 번에 걸쳐 치러진 노동조합 선거에서 사측이 저(박홍배 위원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며 "은행 측의 이런 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이오성 당시 경영지원그룹 부행장(현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사)이 전국 부점장 화상회의를 통해 "올바른 대표를 선출하자"며 지점장 등의 노동조합 선거 개입을 직접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은행 측이 지점장을 동원해 여론조성을 모의하는 정황도 드러났다. 해당 지점장은 일부 직원들에게 "2번과 10번은 회사에서 우호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런데 6번과 10번은 어려워한다. 그러니까 되도록 좀 분위기 조성을 조금 해달라"고 지시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 사태는 부당노동행위로서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대등한 노사관계질서 확립이라는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측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에 대한 명백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고발 및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이르면 26일 제출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8일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을 발표하고, 이번 달 '부당노동행위 집중감독기간'으로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부당노동행위 집중감독 ▲기획수사 실시 ▲전담조직·상시제보 시스템 운영 등을 실시 중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를 보면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자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한 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0조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당노동행위 위반으로 벌금형에 그칠 경우 결과에 만족하겠냐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최고 징역형에 처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벌금형을 내리면 법적인 테두리내에서 이뤄진 결정이므로 존중하는 한편, 사측이 전사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초유의 일이 재발돼선 안 된다"고 답변했다.

한편 KB국민은행 측에게 선거 개입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통령 선거에서도 가족 간에 누구를 찍을지 서로 이야기하지 않냐"며 "자세한 이야기는 '노코멘트'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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