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시세 하락세
분당·평촌 등 수도권 지역 '풍선효과' 관측도
비규제 오피스텔·상가 등 틈새 상품으로 부상

▲ 둔촌 주공아파트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메가톤급' 규제가 총망라된 8·2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8·2 대책 이후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과 부산, 세종 등에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가격 조정에 들어간 모습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인 수도권과 지방 지역에선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는 등 '풍선효과' 조짐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주택 규제를 피하고자 상가나 빌딩, 오피스텔 등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7∼1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7% 상승했지만 지난주(0.37%)에 이어 2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정부의 정책방향과 투자 심리에 민감하게 작용하면서 0.25% 하락했다. 서울 재건축 가격이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13일 조사 이후 7개월 만이다. 연일 상승세를 이어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이 8·2 대책 이후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다.

서울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도 0.13% 변동률로 전주(0.30%)대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동은 둔촌동 둔촌주공 1·2·3·4단지가 500만∼6500만원 가량 시세가 떨어지고, 송파는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가 1000만∼9500만원 가량 시세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약 1순위 자격요건 강화, 재개발 등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LTV·DTI 강화 같은 금융·세제 규제를 동원하면서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이달 말 중으로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될 예정인 데다, 내달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부동산 공급대책 세부 내역을 발표할 예정으로 성급하게 매수에 나서기 보다는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7일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3% 떨어졌다. 서울 집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마지막 주(-0.01%) 이후 75주 만에 처음이다.

하락세는 강북권(-0.01%)보다 강남권(-0.06%)에서 두드러졌다. 성동과 노원은 하락 전환, 마포와 용산은 상승폭이 대폭 축소되는 등 지난주 상승에서 하락 전환됐다.

반면 규제에서 제외된 지역에선 0.07%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벌써부터 풍선효과 조짐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분당(0.20%)과 평촌(0.11%), 판교(0.11%), 중동(0.05%), 일산(0.04%), 광교(0.02%) 순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의 여파로 서둘러 매물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움직임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가격 조정을 받는 모습"이라며 "서울 지역의 경우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수도권과 지방에서의 풍선효과 조짐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에서 규제 대상에 제외된 중소형 상가나 오피스텔 위주로 매수 문의가 활발해지는 등 쏠림현상이 나오고 있다.

차춘근 마루부동산종합컨설팅 대표는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시장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재건축 아파트 위주로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반면 규제에 벗어난 중소형 오피스텔과 상가 매물은 매도·매수가 규제 이전보다 활발해져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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