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수도권 규제가 시작된 것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분산시키자는 취지로 1982년 수도권 정비계획법이 제정되면서부터였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간 게 아니라 해외로 공장을 옮겨 가면서 되레 일자리만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이런 실정이기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수도권 정비계획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하고 나섰다. 개정안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도권정비계획안을 입안할 때 수도권 내 접경지역의 발전과 지원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 수도권 내 접경지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국가안보상 수도권 외 지역으로 이전이 어려운 공공청사의 신설 또는 증설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해외로 빠져 나가는 첨단산업을 잡으려면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물론 수도권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공장 신설과 투자에서 강한 규제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글로벌 시대 해외 유수의 도시들과 경쟁하려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경쟁력 있는 산업 유치 등이 가능토록 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과거 수도권 규제정책을 폈던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수도권 경쟁력 강화로 돌아선 게 눈여겨볼만 하다. 일본의 경우 2000년 초반부터 도쿄에 첨단공장을 허용하는 등 수도권 규제를 풀어 해외로 나갔던 기업의 유턴이 본격화되고 있다. 리쇼어링(reshoring)이다. 곧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인재가 풍부한 수도권에 첨단업종이 다시 둥지를 틀고 있다. 리쇼어링은 요즘 세계 각국 정부의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리쇼어링을 통해 세계의 패권을 되찾는다는 ‘일자리 자석(employment magnet)’ 정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지역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비(非) 수도권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수도권 집중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고 상장회사의 72%가 집중돼 있다. 전국 20대 대학의 80%, 정부투자기관의 89%, 예금의 70%도 수도권에 몰려있다. 수도권이 돈과 사람·기업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지방 경제는 고사(枯死) 직전의 위기상황에 몰려 있는 게 사실이다. 지역 특성을 살린 산업별 배치, 지역 인력 활용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역균형 발전과 수도권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를 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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