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양적평가로 변별한다” 지적..발주처 책임회피 제기

최근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도로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5대 정부투자기관에서 공공공사 입찰에 적용되는 사전자격심사(PQ, Pre-Qualification)의 변별력을 강화하겠다며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들이 내놓은 개선안에 대해 저마다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도 결국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동일 실적, 기술자 보유 등 양적평가 강화

우선 공사실적 부문에서는 동일 공사에 대한 실적 평가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 이전과 구별된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동일 실적은 발주대상의 1/3이상 실적에 한해서만 인정하고 대한주택공사는 건축 동사 등 업종별 실적평가를 공동주택 등 공종별 실적평가로 변경했다. 한국토지공사 역시 동일공사 범위를 택지개발촉지법상 택지개발 등 14개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공사이행능력평가는 현장투입 경력 기술자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시공지원 기술자의 배점을 축소해 경력기술자의 확보가 중요해졌다. 신인도는 배점을 확대하는 기관이 많으며 ‘직접시공’이나 발주기관 표창, 예산절감 사례 등에 대해 가점을 신설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경영상태 평가는 신용평가 등급을 상향시키거나, 공사 규모별로 차등화한다. 철도시설공단은 사전자격심사 총점의 5%를 사회적책임(SR, Social Responsibility) 평가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이는 점차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사회적책임 심사 항목은 지역공동체 참여,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 관행 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사 규모별 양극화→차별화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사전자격심사 내용이 세분화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공사실적이나 기술자 보유 등 양적 평가만을 강화하는 측면이 강해 앞으로 중소건설사의 수주는 더욱 묘연해 보인다.

이는 사전자격심사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가 시장 지배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데 따른다. 특히 건설분야는 ‘규모의 경제’ 논리가 작용하기 쉽기 때문에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의 양극화는 점점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연구원은 “정부는 공사절적의 특화도나 과거시공평가 등 질적 평가가 가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비해 중소건설업체는 특정 공정에 전문화와 특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단순히 시공실적만을 평가하게 되면 대형업체가 일방적으로 유리하지만 시공실적과 공종별 특화도를 평가하게 되면 특정 공종에서는 중소업체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도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를 한 경기장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큰 공사의 경우 실질적으로 기술과 가격경쟁력이 있는 몇몇 건설사가 진행하고, 중소업체는 전문화된 영역별로 경쟁해야 한지 않겠냐”고 전했다.

◇발주처 권한은 OK, 책임은 NO

5대公社 사전자격심사 개선안을 보면 가장 큰 특징은 '건설사의 전문성 강조'와 '발주처의 자율성 강화'를 꼽을 수 있다.

현재 고난이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사전자격심사의 경우, 일반건설업 1만3000개 건설사 중 건축공사는 15개사 내외이며 토목공사는 공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25개사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의 경우처럼 PQ심사에 충족하는 3~4 회사를 지명해 내용을 수정하고 제안해 경쟁하는 방식의 구체적 심사와는 내용의 차이는 크지만, 현재보다 사전자격심사를 통과하는 업체의 숫자로만 보면 외형은 과당경쟁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입찰참가자격 PQ심사는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가진 다양한 업체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보다 나은 공사 결과물을 얻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탓에 발주처별로 의견을 담아 힘을 실어준 개선안이 공정한 필터 역할을 잘 해 낼지가 미지수다.

강화된 기술자 보유 평가에서는 회사 보유인력을 기준으로 평가해 해당 공사에 투입될 실제 기술 인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 투입되는 기술인력에 평가보다는 규모 평가가 강화된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아울러 기술능력 평가부분 역시 특수공법 및 기술보유 상황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나 공사원가 및 공기 등을 절감할 수 있는 공법 및 기술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관계법령으로 보호받는 특허나 신기술 보유, 시공실적에만 집중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 항목의 계속적인 추가로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것은 발주처가 평가하기 편리한 양적측정만 보강하겠다는 의미”라며 “발주처의 권한은 강화하겠다며 어느 정도 주관적 심사와 판단이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평가는 꺼리는 것은 공무원 특유의 몸조심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의 턴키 입찰제도 개선 방안을 예로 들며 “당초 상설로 하겠다던 설계심의분과위원회를 비상근으로 돌리면서 심의의원을 대폭 줄인 것 역시 행정 편의주의”라며 “4급 이상 기술직렬 공무원이 심의하면 될 것을 (최근 금호 로비 사건 등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하기 싫다는 교수에게 미루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한 책임회피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5대 공사가 내놓은 PQ개선안 세부내용]

◆한국도로공사

◇공사실적
-동일 실적은 발주대상의 1/3이상 실적에 한해 인정
-교량, 터널, 고속도로의 동일 실적 인정 하한을 1/3~1/6로 차등화해 탄력 적용
-시공경험 평가 시 고속도로 만점 부여 기준을 공사연장 100%에서 300%로 강화
-시공기한도 5년 내 실적은 100%, 5~10년내 실적은 50%로 차등화

◇기술적 공사이행능력
-경력기술자 평가등급은 상향 조정하고 해당 공사 동일 실적 이상 현장경력에 한해 인정
-고속도로 외 국도, 철도, 지하철 경력기술자도 평점의 50%만 인정하고 일반기술자 배점은 축소
-신기술개발활용 배점은 2배로 높이고 시공평가방법은 상대평가로 변경

◇신인도 및 경영평가
-경영평가의 신용평가등급을 공기, 공사비별로 차등화
-신인도평가는 하도급협력관계, 재해율 배점을 1점씩 줄이고 예산절감 2점, 직접시공실점 1점 배점을 신설

◆대한 주택공사

◇공사실적
-건축공사 등 업종별 실적 평가를 공동주택 등 공종별 실적평가로 바꾸고 준공기간 경과율도 연도별로 책정해 차등화

◇기술적 공사이행능력
-기술적 공사이행능력 통과점수를 93점에서 95점으로 상향조정
-주공 발주 공사의 시공경험 9점, 포상 1점, 우수전문건설사 배출실적 1점 신설
-시공경험을 10점 줄이고 기술능력, 시공평가결과를 5점씩 늘림.

◇신인도 및 경영평가
-신인도 점수는 -4.5~3점으로 차등화하되 우수시공업체, 품질하위업체 항목을 신설
1단계 신평등급은 1000억원 이상 공사에 한해 현행 BB+에서 BBB-로 강화

◆한국토지공사

◇공사실적
-동일공사 범위를 택지개발 촉진법상 택지개발 등 14개 사업으로 명시해 시공실적 인정범위를 축소
-시공실적은 최근 5년 이내 100%, 5~10년은 80%만 인정
-토공발주 공사시공 실적은 20% 가중치 부여, 민간발주공사 실적은 80%만 인정
-하도급을 준 시공실적은 80%만 반영

◇기술적 공사이행능력
-특수시설은 경력기술자, 일반기술자 배점을 2점 줄이고 시공지원기술자 항목 삭제, 현장추입인력 3인 배점 10점 신설
-동일, 유사공사 현장경력별로 2점(3년 미만)부터 5점(5년 이상)부여하고, 현장대리인은 단독평가, 현장기술자는 각각 평가해 산술 평균

◇신인도 및 경영평가
-신기술 활용실적은 3점에서 5점, 매출액 대비 건설기술개발 투자비율은 8점에서 6점으로 낮춤
-신인도 평가는 -5~2점으로 다각화, 우수시공업체, 예산절감 우수사례에 각 1점 부여
-신용평가등급 만점기준은 1000억원 이상 공사에 한해 현행 BB-에서 BBB-로 상향

◆한국수자원공사

◇ 공사실적
-시공경험 배점을 5점 줄이고, 실적인정기간은 5년(도로, 단지, 교량, 터널 등), 20년(댐, 여수로, 갑문 등)으로 차등화하고 동일실적 인정 규모 세분화

◇ 기술적 공사이행능력
-기술자평가는 일반기술자와 시공지원기술자 배점을 줄이고 경력기술자 점수를 14점에서 20점으로 상향
-신기술 개발활용 점수는 총 4점에서 10점으로 확대
-기술개발투자비율 점수는 삭제하고, 시공평가 배점을 15점으로 확대

◇ 신인도 및 경영평가
-1000억원 이상 혹은 500억원 이상이면서 공기 3년 이상 공사의 경영상태 평가기준을 신용등급 A- 이상으로 강화
-신인도점수는 3점에서 -10점~5점으로 조정
-우수협력자 가점을 없애고 공사예산 절감, 직접시공(각 1점)과 발주기관표창(2점) 가점
-PQ통과 후 입찰 미참여 -1점, 발주기관 자체 제재시 -3점

◆한국철도시설공단

◇공사실적
-동일공사 실적은 5년이내 1.2, 5~10년 0.8의 가중치를 매겨 환산
-5년 이내 실적은 토목공사 등 업종이 아니라 교량 등 공종별로 분류된 실적 활용

◇기술적 공사이행능력
-경력기술자 배점은 12.5에서 15.5로 늘리고 시공지원기술자는 6점에서 3점으로 줄임
-신기술개발활용실적은 2.0점과 5.5점으로 상향

◇신인도 및 경영평가
-신평등급은 추정가격 1500억원 이상 BBB- 이상, 기업어음 A3- 이상으로 상향 조정
-시공관련 수상실적 삭제,불공정행위 2점 감점, 건설재해 및 제재처분감점 -1~3점 신설
-예산절감 업체는 1년간 절감액에 따라 0.2~1점 가점 부여
-PQ 총점의 5%를 SR평가로 대체하고 전년도 매출액 대비 사회기부 등 투자액 1%마다 1점씩 최대 5점 가점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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