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급매물 등장에도 '관망'…매수세 꺾여
전문가 "공급 늘지 않으면 단발성 효과에 그칠 것"

▲ 둔촌 주공아파트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메가톤급 규제가 총망라된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서울 일부 아파트에서 실거래가가 1억원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가 빠지면서 서울 집값이 내려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서울 강남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 조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공급 확대 방안이 빠져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106㎡(5층)는 지난 10일 14억에 거래됐다. 8·2 대책이 발표되기 이전인 지난달 21일 같은평형(10층)대가 15억7천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7천만원 이상 급락한 것이다.

같은날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역시 호가를 2억원 가량 낮춘 급매물이 나왔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17일 전용 84㎡(21층) 기준 호가가 15억원이었는데, 12억9천만원(18층)에 거래를 마쳤다.

송파구 잠실동 M공인중개소 대표는 "재건축 시장이 규제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는 데 반해 매수 문의는 끊겨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일부 급매물 매수를 택한 자들의 경우 장기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심리가 강한 것"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8·2 대책이 발표된 후 서울 아파트의 매수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다주택자가 급매물을 내놓는데도 불구하고 집을 사려는 이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주간 주택시장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 지수'는 이달 7일 기준 95.7로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우세했다.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2주 만이다.

매수우위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체 3800여곳을 대상으로 매수세가 우위인지 매도세가 우위인지를 물어 0∼200 범위의 수치로 나타낸 것인데, 매수세가 우세하면 지수가 100보다 커지고 매도세가 우세하면 100보다 작아진다.

특히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지수가 148.7로 2006년 11월 첫째주(157.4) 이후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역별로는 강북지역은 지수가 97.3, 강남지역은 93.7로 강남이 강북보다 매도세가 강했다.

매수세의 폭락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책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값은 2주 연속 내리막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8월 둘째주(지난 1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4%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강북권(-0.01%)보다는 강남권(-0.06%)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는데, 특히 송파구(-0.14%)의 가격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집값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수요 억제 대책이 아닌 공급 대책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급을 유도해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며 "이번 대책도 역시 공급과 관련된 방안이 배제돼 단발성 효과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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