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전선 강원 철원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2명의 병사가 숨지고 5명이 심한 화상을 입은 이번 사건은 기계적 결함, 포탄이나 장약 불량, 실전처럼 벌여야 할 훈련 상황에서의 군기 해이 등 여러 요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하고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및 책임자 엄중 문책이 따라야 한다.

현재까지는 K-9 자주포 자체에 기계적인 결함이 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포 사격을 하기 전 반드시 밀폐돼야 하는 '폐쇄기'라는 장치에서 연기가 나더니 곧 폭발했다는 부상병의 육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폐쇄기는 포탄이 장전되기 전 밀폐되기에 정상적인 상황에선 연기가 날 수 없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K-9 자주포가 어떤 화기인가. 육군 포병전력의 핵심 화력으로,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명품 무기'로까지 불리고 있다. 장사정포, 방사포 등 북한에 비해 열세인 포병화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10년간 개발돼 지난 2000년부터 전력화된 K-9 자주포는 현재 최전방 전선에 500여 문 이상 실전 배치돼 있을 정도다. 90%가 넘는 명중률로 첨단 자동사격통제장치와 급속, 분당 6발 사격 기능 등을 갖춰 북한 포병 대응전력으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37억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K-9 자주포는 이미 터키, 폴란드, 핀란드, 인도 등에 수출됐다.

그러나 그동안 K-9 자주포는 자주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 1997년 12월 시제 1호기 화력성능 시험에서 탄이 발사되지 않고 내부가 화염에 휩싸여 연구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에는 해병대에 배치돼 있던 K-9 자주포 일부가 피탄에 의해 일부 장치 손상으로 작동하지 않아 대응 포격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당국은 방위산업 비리에 의한 기계적 결함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고 수사해야 할 것이다. 엄정 수사야말로 국민이 납득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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