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 눈독 들이는 中자동차 업계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중국이 이른바 대륙굴기에 나선 가운데 자동차 업계에서도 자신들이 주요 선진국들을 누르고 선두주자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격하고 나섰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중국 창정자동차의 미국 지프 인수 타진 소식에 들썩였다.

시일 내로 창청자동차는 하루만에 인수 의사를 부인했지만, 중국 자동차업체가 미국의 대형 브랜드를 삼키려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중국의 '자동차 굴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1억달러 이상 대형 자동차 관련 해외투자는 총 8건이다. 액수는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대형 해외투자 건수가 각각 7건, 9건이었던 것을 고려했을 때 올해 상반기에만 1년 치 투자를 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2008년 이후 해외 자동차산업에 쏟아부은 금액만 340억달러(38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굵직한 인수합병을 주도한 중국 자동차 기업은 지리(吉利)자동차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던 지리자동차가 지난 2010년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했을 당시 업계에서는 '뱀이 코끼리를 삼켰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당시 인수·합병은 결과적으로 지리와 볼보 양사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리는 볼보의 고급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기술력을 점진적으로 이전받는 방식으로 성장동력을 키웠다.

그 결과 매년 판매가 늘어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의 2배로 상승했고 영국 컨설팅회사가 평가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순위는 지난해 61위에서 올해 24위로 상승했다.

볼보 역시 수익성이 개선돼 2016년 매출이 2013년보다 25% 성장했다.

이 같은 사례는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해외 브랜드 인수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배경이 됐다.

나아가 지리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 국영 자동차회사인 프로톤 지분 49%를 사들였다. 이에 프로톤의 자회사인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의 지분도 일부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지리가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앞서 베이징자동차는 지난 2009년 스웨덴 자동차회사 사브의 2개 차종 생산설비와 지식재산권을 인수해 기술개발 능력을 상승시켰다. 또한, 둥평자동차는 지난 2014년 프랑스 푸조·시트로앵의 지분 14%를 사들여 3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불거진 창청의 지프 인수설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질주와 같은 맥락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창청이 지난 몇 년간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었으나 성적이 부진한 탓에 지프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 해외 유통 채널 확보 차원에서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인수를 위한 재정적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창청은 시가총액이 181억달러(약 20조4천억원)로 지난해 1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도 감소세다. 지프를 거느린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순부채가 42억달러에 시가총액이 165억달러다.

이런 가운데 창청 관계자는 "지프 인수를 추진하는 데 큰 불확실성이 있다"며 "인수 노력이 현재로써는 확실한 진전에 이르지 못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자동차 기업의 글로벌 '차 쇼핑'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20년 내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 대국으로 도약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 브랜드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담은 '자동차산업 개발계획'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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